◇유럽은 어떻게 관용 사회가 되었나/벤자민 J 카플란 지음/ 김응종 옮김/592쪽·3만5000원·푸른역사
역사학자들은 현재 유럽이 관용 사회라고 하면서 크게 두 가지 원인을 들었다. 우선 1648년 30년 전쟁이 끝난 뒤 맺어진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유럽의 구교와 신교 국가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종교전쟁에 지친 유럽인들이 ‘관용’으로 타협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1700년대 유럽에 불어닥친 계몽주의 바람으로 종교적 불관용과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인 저자는 기존 학계의 ‘관용의 상승’ 논리를 배격한다.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에도 수많은 종교탄압이 빚어졌다. 예를 들면 루이 14세의 가혹한 위그노 탄압으로 30만 명이 프랑스를 떠나는 등 18세기 초까지 종교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계몽주의 역시 소수의 엘리트에겐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도 당대 민중에겐 소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