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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소신 중시한 특유 스타일 ‘타협 모르는 不通’ 비판도

입력 | 2015-07-08 03:00:00

끝까지 자진사퇴 거부




시간은 누구 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기 직전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7일에도 자신의 거취 문제를 스스로 매듭짓지 않았다. 이날 당에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지역별, 선수별 모임이 잇달아 열렸지만 유 원내대표는 “(8일 열릴) 의원총회 결론이면 무조건 따르겠다”고만 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측근들과 모여 밤늦도록 대책을 논의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 직후 원내부대표단과 20여 분간 만난 뒤 국회를 홀로 나섰다. 한 측근은 “이전부터 의총에서 의원들의 선택을 따르겠다고 한 만큼 담담해 보였다”고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8일 의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제척사유에 해당된다.

유 원내대표의 ‘마이웨이’ 행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25일 불신임 발언으로 시작된 친박(친박근혜)계의 ‘찍어내기’ 움직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 이후 유 원내대표는 여전히 “내가 사퇴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자진 사퇴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고 한다. 의총에서 선출된 원내대표를 불신임할 수 있는 것도 의총뿐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것.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자진 사퇴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꼴인데 이는 정치적 자살과 같다”고 했다. 다른 인사도 “의총에서 잘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누가 나가라고 한다고 알아서 기는 굴종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07년과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 진영에서 경선을 치른 한 친박계 인사는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못 바꾼다고 생각해 전략적으로 고개를 숙이지만 유 대표는 ‘부러질지언정 휘지는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주변에서는 8일 의총에 대해 ‘차라리 잘됐다’는 말도 나온다. 떠밀리는 게 아니라 목을 스스로 내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 유 원내대표 측 인사는 “유 원내대표가 잘못은 없지만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 의원들의 결의에 따르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약자의 모습을 연출해 향후 비박계 대표주자로 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주도면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내 전략가로 통했던 유 원내대표가 정치 인생 최대 기로에 서서 향후 정치 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유 원내대표가 추가경정예산 처리 문제에 공을 들여 온 만큼 ‘시한부 유임’이라는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어떤 형식으로든 신상 발언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의회민주주의를 구실 삼아 스스로 명예롭게 물러날 기회를 놓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정국이 꼬였을 때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 꼬인 매듭을 푸는 것이 정치 지도자”라며 “동료 의원들을 방패로 삼아서 거취 문제를 결정하려는 게 지도자다운 처신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의 한 초선 의원도 “표 대결은 아니지만 결국 의원들에게 칼을 쥐여주고 싸우라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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