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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새누리당, 유승민 사퇴 밀어붙여 ‘박근혜 黨’ 만들 텐가

입력 | 2015-06-30 00:00:00




어제 긴급 소집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거의 모든 최고위원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은 “이유가 어쨌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하고, 그 책임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는 것이 좋다”면서 “당을 위해 희생을 통한 결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거취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해 자진 사퇴의 여지를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류는 여전히 강경하다. 박 대통령의 불신임을 받은 유 원내대표는 사퇴 압박에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가 사퇴하면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에 대한 장악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새누리당의 내분이 종식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장파 재선의원 20명은 어제 친박(박근혜)계의 사퇴 압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 원내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비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관철하면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집단 사퇴로 이어져 ‘김무성 체제’가 와해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내년 4월 총선거의 공천이 걸려 있어 사생결단 식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유 원내대표는 올해 4월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비판했다. 사드 배치 공론화와 관련해서도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박 대통령은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자기 정치’에는 열심이면서 민생 현안 처리에는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유 원내대표를 지목해 비난했다. 유 원내대표는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국정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대에 더 열심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도 당에 법안 처리만을 일방적으로 주문했지, 소통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국정 상황은 여권이 내분으로 날을 지새워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어제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의 의사일정이 중단된 상황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지시다. 설령 박 대통령의 뜻대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이뤄진다고 해도 박 대통령 위주로 움직이는 여당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여권은 ‘유승민 리스크’를 대화와 소통을 통해 조속히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