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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교류까지 門 닫아버린 北

입력 | 2015-06-23 03:00:00

광주U대회 불참 공식통보
北인권사무소 개설에 민감 반응… 朴정부 대북정책에 불만 표시
“메르스 공포-가뭄 때문” 분석도




北 최초 초음속전투기 女조종사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첫 여성 초음속전투기 비행사들을 격려하고 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정부는 10일경 판문점 남북 연락관 채널을 통해 북측에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단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통지문을 보냈다. 하지만 판문점 북측 연락관은 “대회 참가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명단 제출 요구에 대해) 답이 없다”며 통지문 수령을 거부했다. 이때부터 북한이 대회에 불참할 조짐을 보였다고 정부 당국은 분석했다. 북한은 3월 대회 참가 신청 이후 4월 조 추첨을 위해 광주에 대표단을 보냈을 때만 해도 참가 의사를 밝혔다.

급기야 북한은 대회 개막을 불과 2주일 남겨놓은 19일 대회 조직위원회에 e메일로 대회 불참을 통보했다. 북한은 북한대학스포츠연맹 전극만 회장 명의로 보낸 e메일에서 불참 이유에 대해 “남측 정부가 대북 군사적 대결을 추구하고 있으며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의 서울 개설을 발표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들먹여 남북관계를 극단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정치 군사적 이유로 남북 스포츠 교류를 거부하면서 한국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북한이 조직위와 대회 참가 문제로 소통해오던 책임자 명의로 보낸 e메일로 통보했기 때문에 공식 견해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북측의 15일 공화국 성명을 포함해 북측이 남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온 한미 군사훈련, 체제 통일 추구, 국제공조 중단과 맥이 닿아 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북한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해온 인권 문제와 한미 군사훈련이 북한에 가장 위협적이라는 걸 보여준다”며 “북한은 앞으로도 이를 중단하지 않는 한 남북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15일 공화국 성명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반응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난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을 보내 유화 공세를 펼친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때와 달리 이번에는 대회 참가로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북한 내부적으로도 최악의 가뭄으로 체육경기 성과를 내부에 선전하고 과시할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역 시스템이 허술한 북한은 메르스 사태 이후 해외 공관 근무자와 파견 근로자의 귀국을 금지했다.

한편으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무산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오락가락 의사결정 리더십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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