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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8강 4년만이야”… 최정 “8강 문턱 높네”

입력 | 2015-06-17 03:00:00

국수전 본선 8강 진출 모두 가려… 이세돌도 불계승 거두고 합류
‘깁스 투혼’ 최철한 아쉬운 탈락




이창호 9단(오른쪽)이 4년 만에 국수전 8강에 올랐다. 대국 뒤 박영훈 9단과 복기하는 모습. 한국기원 제공

돌부처 이창호 9단(40)은 요즘 대국 때 종종 얼굴이 붉어진다. 15일 오후 서울 잠수교 남쪽 끝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국수전 16강전에서 박영훈 9단(30)을 맞아선 그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8강에 오르기 위한 중요한 길목이라 신경을 더 쓰기도 했지만 점심시간 무렵 바둑이 잘 풀려갔기 때문이다.

박영훈은 계산을 잘해 이창호의 별명 ‘신산(神算)’을 본떠 ‘소(小) 신산’으로 불리는 랭킹 5위의 실력자. 전성기 때의 이창호는 그에게 이기는 적이 많았으나 지금 통산 전적은 되레 15승 16패로 떨어진 상황. 최근에는 그에게 4연패를 당해 판 맛을 보지 못했다.

백을 쥔 이창호는 초반부터 탄탄하게 두어가며 주도권을 장악했다. 막판 좌상귀 패싸움에서 승기를 잡았고 끝까지 지켰다. 4연패 뒤 귀한 승리다. 그의 본선 8강 진출은 4년 만이다. 그는 국수전에서 통산 10차례 우승했다.

두 기사는 대국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복기를 했다. 나머지 6국은 이미 승부가 나 대국자들이 대국장(솔빛섬)을 떠난 상태. 다른 한편에서는 차세대 재목 이동훈 5단(17)과 박영롱 2단만이 7시간이 넘는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 바둑은 337수까지 이어졌다. 이동훈의 4집반 승.

안타까운 패배도 있었다. 여자 기사로는 세 번째로 국수전 본선 무대를 밟은 최정 5단(19). 그는 관록의 안조영 9단을 맞아 분투했으나 결국은 졌다. 최철한 9단은 발목에 금이 가 깁스한 채로 이지현 4단과 대국했으나 아쉽게 패했다. 그는 국수전 대국 때문에 수술 날짜를 20일로 미뤘다. 이로써 1985년의 ‘황소 3총사’ 중 16강에 올랐던 박영훈과 최철한이 탈락했다.

대부분은 예견된 승리였다. 이세돌 9단은 김수용 5단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양이(兩李)가 국수전 8강에 합류했다. 또 3차례 국수를 지낸 조한승 9단은 박민규 4단을, 삼성화재배 우승자 김지석 9단은 류민형 4단을 누르고 8강에 합류했다. 현재 해군에 복무 중인 한상훈 7단도 김현찬 3단에게 이겼다. 김현찬은 이날 대국시간에 22분 늦게 나타나 제한시간을 2배(44분) 공제당한 게 패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8강 진출자 가운데 랭킹 10위 이내는 김지석(2위) 이세돌(3위) 이동훈(8위) 조한승(9위) 등 4명. 현 국수는 랭킹 1위 박정환 9단.

8강전은 8월 중순 열린다. 대진표는 이창호-한상훈, 김지석-조한승, 이세돌-이동훈, 이지현-안조영이다. 역대 전적은 이창호는 한상훈에게 3승 2패, 김지석은 조한승에게 5승 4패다. 의외로 이세돌이 이동훈에게 1승 3패로 열세다. 이지현과 안조영은 첫 대결이다.

국수전은 국내 기전 중 유일하게 도전기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1956년 조남철 초대 국수에 이어 김인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이세돌 등 13명에게만 국수 칭호를 허용한 최고(最古)의 기전. 국수전은 기아자동차가 후원한다. 우승 상금은 4500만 원.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