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실전같은 메르스 대책회의
도쿄=장원재 특파원
아사히신문 기자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정도’에 따라 관찰, 외출 자숙 요청을 하겠다고 했는데 ‘정도’의 기준이란 게 뭔가”라고 묻자 “밀접 접촉이 있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할 예정인데 ‘밀접 접촉’의 기준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우를 감안해 가족 등으로 상정하고 있다. 내일이나 모레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질문 내용들은 갈수록 깊어졌다. 마치 일본 내에서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음압병실이 없는 병원의 경우 환기가 잘되는 개인병실에 환자를 격리하겠다고 했는데 환기하면서 공기를 외부로 내보내도 괜찮은가” “제시한 전문 의료기관들 수가 지난해 수치인데 올해 수치는 없나”….
후생노동성은 이날 회의를 마련한 배경에 대해 “(한국의 경우) 진단이 늦었고 원내 감염대책이 철저하지 못해 2차 감염이 다수 발생했다”며 “이제 3차 감염과 사망자까지 발생해 (일본) 국내 대책을 마련할 긴급성이 커졌다”고 했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이 지경까지 왔다는 뜻이다. 브리핑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질의응답 도중 “한국에서 왜 이렇게까지 환자가 늘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후생노동성과 전문가들은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아 원내 감염대책을 철저히 하고 진단 결과를 신속하게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질의응답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이미 메르스에 대해 이달에만 두 차례 감염사실 보고 양식은 물론이고 문진표, 입국자 안내문, 검진기록부, 홍보물 등 10여 가지 서류양식이 첨부된 매뉴얼을 마련했다. 9일 대책회의는 매뉴얼 수준을 넘어 메르스가 상륙했다는 가정하에 머리를 맞대고 정부와 학자, 언론까지 참여해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한국에서도 진작 회의가 열렸다면 지금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