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서울서 2차협의 日 “다른 시대 사건”… 합의 불발 도쿄서 3차협의 열어 조율 방침
최종문 외교부 유네스코 협력대표(오른쪽)와 신미 준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추진 관련 한일 간 2차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문서에는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 앞서 일본이 취해야 할 조치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의는 지난달 22일 일본 도쿄(東京) 1차 협의에 이은 후속 협의다. 한일은 9일에도 합의하지 못해 조만간 도쿄에서 3차 협의를 하기로 했다.
한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민간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역사의 전모를 알게 하라’고 권고한 취지에 맞게 강제징용 사실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 일본의 의견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상태다. 일본이 한일 강제병합과 강제징용 사실을 감추기 위해 세계문화유산 지정 시기를 1850∼1910년으로 제한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일본의 속내는 “표결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가 세계유산 제도를 다루기 시작한 1978년 이래 지난해까지 1007개의 유산이 이름을 올렸지만 표결로 등재가 결정된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 만장일치라는 축복의 형태로 채택됐다.
다만 한일 양국의 의견 차가 크고 양국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자국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어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이전에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로 세계유산위원국 임기가 끝나고 6년 뒤에나 다시 위원국 자격을 갖게 될 일본은 연내 등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고 있으며 최종 순간까지 협의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