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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황형준]허술한 법 만들어 놓고 자료 공개하라는 야당

입력 | 2015-06-10 03:00:00


황형준·정치부

“국민의 눈높이에서 ‘19금(禁)’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보고 싶다.”(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

8일부터 사흘간 진행 중인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뜬금없이 ‘19금’(19세 미만 금지)이 화제가 됐다. 물론 기존 의미와는 다르다. 법조윤리협의회가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119건 중 19건의 ‘업무 활동내용’이 변호사법상 ‘수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회 제출을 거부한 것을 비꼰 표현이다. 새정치연합은 거듭 “19금 자료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현행법상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의 수임 자료는 지방변호사회와 윤리협의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된 19금 자료인 ‘자문 등이 포함된 업무활동 내용’은 제출 대상이 아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공직 퇴임 변호사의 활동을 관리하기 위해 수임자료 외에 업무활동 제출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긴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윤리협의회는 황 후보자의 요청에 따라 8일 오후 의뢰인명을 가린 자료를 국회로 가져왔지만 야당은 “원본을 보여 달라”며 열람을 거부했다. 9일에도 새누리당과 황 후보자는 “비밀 유지 의무 때문에 의뢰인을 공개하면 변호사법상 위반”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형사소송법 등 다른 법 조항을 근거로 반박했다. 이날 반나절이나 파행된 끝에 야당은 결국 의뢰인명을 가린 채 19금 자료를 열람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한방’은 찾지 못한 분위기다.

소모적인 논란을 피할 기회는 있었다. 2013년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끝난 뒤 사건 수임 내용을 제출하도록 한 일명 ‘황교안법’(변호사법 개정안)을 만들 때 이번에 쟁점이 된 업무활동도 제출 및 공개 대상에 포함시켰으면 될 일이었다.

사전에 법을 허술하게 만들어 놓고 뒤늦게 윤리협의회에 법에 규정되지 않은 자료를 공개하라고 떼쓰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의 ‘19금’ 기준을 정한 건 황 후보자도, 윤리협의회도 아닌 국회였다. 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허점을 보완해 ‘제2의 황교안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황형준·정치부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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