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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 확진 평택성모병원, 에어컨 바람 타고 확산 추정

입력 | 2015-06-06 03:00:00

[메르스 비상/첫 확진병원 전파 경로 조사]
에어컨 3곳에 메르스 바이러스 흔적




※ 서울 강동구 위치한 365 열린의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공기전염 가능성이 없다던 보건복지부가 5일 브리핑을 열고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에어컨을 통한 전파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확진자 41명 중 29명이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으며 이곳에서 감염돼 사망한 사람은 4일 사망한 76세 남성을 포함해 현재까지 3명이다.

메르스 민간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원장인 최보율 한양대 교수는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 2명이 돌아다니면서 감염시켰거나 평택성모병원 병실 내에 설치된 에어컨이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병원에 비치된 에어컨 5개의 공기필터를 조사한 결과 3개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흔적(RNA·유전정보)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필터에서 바이러스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것은 감염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가 에어컨 흡입구로 들어간 뒤 에어컨 바람을 타고 빠져나와 병실 전체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양재명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에어컨 바람으로 메르스에 감염됐다면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이동했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최 교수는 실제로 비말이란 단어 대신에 ‘에어로졸’이란 말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에어로졸이란 지름이 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연무질을 뜻하는 용어로, 지름 5μm의 물방울을 의미하는 비말보다 훨씬 작은 물방울이다.

비말의 경우 큰 덩치 때문에 2m가량을 날아가는 데 그치는 반면에 연무질은 작고 가벼워 지면으로 떨어지지 않고도 오랜 시간 동안 공기 중을 떠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비말 대신에 연무질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 셈이다. 비말이 시간이 지나 수분이 증발하면 크기가 줄어들어 연무질이 되기도 한다.

연무질 감염을 공기감염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소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엄격한 기준에서는 수분이 없는 상태에서도 수일 이상을 버티는 구제역 바이러스, 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 등을 공기감염 바이러스로 꼽는다”면서도 “비말이나 연무질로 전염되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나 독감바이러스 또한 생존하기 좋은 환경에서는 공기를 타고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어 공기로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즉 코로나바이러스인 메르스도 공기로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반면에 최 교수는 “에어컨에서 바이러스가 에어로졸(연무질) 형태로 퍼졌다고 해도 이것을 공기감염이 아닌 연무질 감염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건조한 환경 같은 악조건에서는 감염 능력을 유지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엄격한 기준에서 볼 때 공기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평택성모병원 병실의 밀폐된 환경이 바이러스 전파를 도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 교수는 “조사 결과 환기구나 배기구,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여과기가 없으며 창문도 작아 환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면서 “밀폐된 공간에 바이러스가 상당 기간 축적돼 전염성을 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에 전염되려면 일정 개수 이상의 바이러스 입자를 흡입해야 하는데, 바이러스가 축적되면 자연스레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평택성모병원이 음압시설이 아니다 보니 밀폐된 병실에서 고농도로 축적된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자연스레 복도나 다른 병실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병실 문이나 사람의 움직임이 만든 바람이 병실 내 공기를 움직여 복도로 빼낼 수 있고, 단순히 문이 열려 있기만 해도 병실 공기와 복도 공기가 섞이면서 바이러스가 자연스럽게 병실을 빠져나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에어컨이 정말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역할을 했을지 확인하는 모의실험을 2, 3일 내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이전까지 공기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던 보건당국이 공기전염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와 예방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 세종=김수연 / 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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