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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의령 ‘한우산 풍력발전단지’ 건설 놓고 극한대치

입력 | 2015-06-02 03:00:00

“야산 경사도 심해 안전 대책 필요”
주민들 공사현장서 6일째 천막농성… 시공사는 업무방해로 10여명 고발




지난달 27일 경남 의령군 한우산풍력발전반대대책위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 들어가 중장비를 막아서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천막을 치고 6일째 농성 중이다. 한우산풍력반대대책위 제공

“행정기관과 기업이 눈을 감고 귀도 닫은 채 마구 밀어붙인다.”(지역 주민)

“적법 절차를 거쳤는데도 주민들이 힘으로 공사를 막고 있다.”(업체 측)

경남 의령군 자굴산과 한우산, 매봉산 능선에 조성되는 풍력발전단지를 놓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는 지역 주민과 ‘경제성’을 내세우는 기업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고소, 고발이 진행되면서 극한 상황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의령군 궁류면 벽계리 등지의 주민들로 구성된 ‘한우산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정영규)’와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7일 풍력발전단지 공사 현장에 들어가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당시 일부 주민은 중장비에 올라가 몸으로 공사를 막았다. 풍력발전설비 전문기업인 유니슨의 자회사 의령풍력발전(대표 한성원)은 발전기 철탑을 세우기 위해 현장에 터를 닦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공사 중단을 약속한 뒤 몰래 작업을 하고 있어 중장비 작업을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1일 현재 주민들은 6일째 농성 중이다. 농번기여서 형편이 허락하는 주민 30여 명이 돌아가며 환경단체 관계자와 함께 ‘당번’을 서는 형태다. 대책위와 마창진환경연합은 그동안 소음과 저주파, 산사태 위험에 대한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요구해 왔다. 대책위 장명철 사무국장은 “3개 산자락에는 4개 마을 주민 650명이 살고 있고 경남도학생교육원, 사회복지마을도 있다”며 “2003년 태풍이 왔을 때 산사태로 주민 5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야산의 경사도가 심해 안전에 대한 특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설계대로 공사를 하면 소음과 저주파 공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 사무국장은 “의령군수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풍력발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생존권을 수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유니슨이 전력보다 풍력발전기기 생산에 주력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발전기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법원에 풍력발전 허가 취소와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의령군 강상철 상공담당은 “사업 허가 전 소음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산사태 위험성 검토 등을 마쳤다”며 “대화를 통해 원만한 결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지역(1∼20번)에 철탑을 먼저 세우고 나머지 지역(21∼25번)은 좀 더 검토를 거치는 방안 등이다. 그러나 주민이 요구하는 ‘공사 중단 후 시뮬레이션’은 기간이 최장 6개월까지 필요해 업체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밝혔다.

의령풍력발전은 자굴산 한우산 매봉산 등 의령 3개 명산의 능선 4.38km에 750kW짜리 풍력발전기 25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발전량은 연간 4만1600MW로 의령군 전체 가구의 60%(84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 회사는 올 3월 20일 행정절차를 끝내고 4월 27일부터 벌목과 진입로 개설을 시작했다. 최근 농성 주민 10여 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