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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 감독 “아들 승부욕, 우리부부 빼닮아”

입력 | 2015-05-26 05:45:00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자오즈민과 한·중 탁구부부’ 안재형 감독이 말하는 아들 안병훈

덩치 크고 몸 둔해 탁구는 일찍 포기
‘美 아마 최연소 우승’ 놀랍기만 했죠
승부욕 강한 아들, 대학 접고 프로행
함께 하지 못하지만 리우올림픽 기대

안병훈(24)이 한국 남자골프의 새 기대주로 우뚝 섰다. 24일 밤(한국시간)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BMW PGA챔피언십(총상금 500만 유로)에서 대회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21언더파 267타)했다. 안병훈은 탁구선수 한·중 커플인 안재형(50)-자오즈민(52) 부부의 아들이다.

● 아빠 따라 골프시작

안병훈이 골프를 시작한 건 아버지 안재형 탁구국가대표 감독의 영향이 컸다. 안 감독은 한때 골프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쉬는 날이면 골프연습장에 자주 다녔다. 그럴 때마다 아내 자오즈민이 아들도 함께 데려가라고 권했고, 그러면서 아들도 자연스럽게 골프채를 잡게 됐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게 된 건 초등학교 입학 후다.

안 감독은 아들에게 골프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초등학교를 알아보고 다녔다. 안 감독은 25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처음엔 초등학교에 가면 탁구부처럼 골프부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학교가 없었다. 그러던 중 세종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골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주 3일씩 학교 수업이 끝난 뒤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탁구를 가르쳐 볼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들의 큰 덩치와 둔한 몸 때문에 포기했다. 안병훈의 키는 187cm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덩치가 컸다.

중학교 진학 후 고민에 빠졌다. 부부는 아들이 공부를 하면서 골프선수로 성장하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골프에만 전념하는 아이들 틈에서 안병훈은 조금씩 뒤처졌다. 안 감독 부부는 결심을 했다. 본격적으로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2005년 미국 골프유학(플로리다 주 올랜도)을 결정했다.

2009년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안병훈이 미국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17세10개월)을 차지했다. 타이거 우즈(18세7개월)와 대니 리(18세1개월)가 세웠던 기록을 깨고 우승했다. 이 우승으로 유명해졌고 UC버클리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는 행운도 찾아왔다. 그러나 대학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안 감독은 “당시 실력으로는 프로에 가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2009년 우승 역시 기대하지 못한 우승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골프가 더 성숙해지고 아들도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학 진학을 권했다. 그러나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공부가 아닌 골프를 선택했고, 결국 1년 만에 학교를 포기했다. 아들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 승부욕 하나는 부모 빼닮아

2012년 유럽에서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시행착오뿐이었다. 2년 동안 성적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교훈도 얻었다. 안 감독은 “처음엔 무턱대고 많은 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12주 연속 대회에 나간 적도 있었다. 유럽, 미국, 중국, 미국, 유럽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병훈이가 올해 유러피언투어에 진출했을 때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도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다”고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을 돌아봤다.

안병훈의 장점은 타고난 승부욕이다. 안 감독도 인정했다. “승부욕 하나는 나와 엄마를 모두 닮은 것 같다. 가끔 지나칠 때도 있지만 운동선수로서 없는 것보다는 낫다.”

3년 만에 유럽 정규투어 무대를 밟은 12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하며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안 감독은 아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3년 동안 고생도 했지만 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 조금씩 성장했고 차곡차곡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차근차근 올라가길 바란다.”

우승 이후 더 큰 목표가 다가오고 있다. 내년 리우올림픽이다. 안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기대가 조금 더 높아졌다. 많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하지만 아들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더라도 함께 하지 못한다. 탁구대표팀을 이끌고 있으니 내 일이 우선이다. 아들 일은 아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며 선을 그었다.

■ 안병훈은 누구?

● 1991년 9월 17일생/187cm · 87kg
●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
● 2012∼2014년 유럽챌린지(2부)투어 출전
● 2014년 챌린지투어 롤렉스 트로피 우승
● 2015년 유러피언투어 데뷔
● 2015년 카타르마스터스 공동 5위·볼보차이나오픈 공동 8
위 ·BMW PGA 챔피언십 우승
● 2015년 유러피언투어 상금랭킹 3위(112만1706유로·약 13억6633만원)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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