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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기든 과반 확보 못해… 英권력, 스코틀랜드 손에 달려

입력 | 2015-05-06 03:00:00

7일 총선… 1%P차 초박빙 승부




영국 총선(7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48)가 이끄는 보수당과 에드 밀리밴드 당수(45)가 이끄는 노동당이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5일 영국의 5개 여론조사 전문업체에 따르면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은 34∼35%대로 1%포인트 격차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일간 가디언지 조사에서는 보수당 35%, 노동당 34%이며 BBC방송 조사에서도 보수당 34%, 노동당 33%로 비슷하다. 투표 결과 어떤 정당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복잡하고 긴 연정 구성 협상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캐머런 총리와 밀리밴드 당수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정책 △유럽연합(EU) 탈퇴 △국가의료시스템(NHS) 강화 △경기 부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등을 놓고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0대의 젊은 지도자인 두 사람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선명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캐머런 총리는 작은 정부가 기업활동에 자유를 준다는 ‘대처리즘’을 신봉해 긴축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며 부의 불평등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반면 밀리밴드 당수는 주택 및 금융시장 개입, 에너지기업 이윤 규제 등 좌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공약을 내걸어 언론으로부터 ‘붉은 에드(Red Ed)’라는 별명을 얻었다.

두 사람은 정책뿐 아니라 출생과 정치적 배경에서도 서로 대조적이다. 캐머런은 주식중개인 아버지를 둔 부유층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스쿨을 졸업했다. 반면 밀리밴드는 나치의 박해 때문에 망명했던 유대인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자다. 캐머런은 팀 래스본 보수당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밀리밴드의 정치적 스승은 전국노조의 후원으로 노동당 당수에 올랐던 강성좌파 정치인 토니 벤이었다.

캐머런 총리는 상대방을 공격하기를 주저하는 ‘순둥이형’으로 불려 젠틀하지만 열정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밀리밴드 당수는 공격력은 강하지만 큰 이슈보다 지엽적인 문제에 너무 관심을 쏟고, 연설할 때 ‘프롬프터’에 너무 의지해 정치적 센스와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엘리트로 초고속 출세 정치인에 달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하기보다 TV나 인터넷을 통한 간접 접촉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 열기가 예년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더타임스가 “영국 유권자들은 총선보다는 왕실의 갓 태어난 ‘로열 베이비’에 더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이다.

반면 초긴장하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이번 선거가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집권하면 2017년까지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EU 탈퇴와 이민 제한을 내건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의 약진을 경계해서이다.

반면 밀리밴드가 이끄는 노동당은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돌풍이 경계 대상이다. 이대로 가면 스코틀랜드 내 41개 의석 대부분을 SNP에 뺏길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 스터전 SNP 당수는 영국 의회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는데도 새 정부 연정협상에서 ‘킹 메이커’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텔레그래프지는 “영국의 미래 권력을 스코틀랜드가 정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