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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히고 풀고… 4강 아우를 비책 짜야

입력 | 2015-05-05 03:00:00

[꽉 막힌 한국외교/新 실용의 길]
朴대통령 방미, 8월 아베 담화… 난제 첩첩




최대 난제로 떠오른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한국이 최악의 외교 상황에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비동맹 정상회의와 미국 의회 연설에 이어 8월 15일 발표할 ‘아베 담화’에서도 과거사 사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과연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우려하는 것. 일본이 급작스레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서지 않는 한 한국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 됐지만 한국은 아직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최근 “올해 안에 한일관계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혀 온 정부의 대일(對日) 기조와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외교의 장기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되 사안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는 ‘신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한데 정부가 목표와 방법을 혼동하다 보니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주 수석이 대통령 공약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자신의 핵심 업무로 파고들다 보니 ‘관계 개선’에만 방점을 둔 기대 섞인 전망을 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연내 해결’이라는 시점을 제시하는 것은 한국 스스로 족쇄를 거는 자충수이기도 하다.

한일관계가 정체된 가운데 미일관계가 급진전하면서 마치 한미관계가 미일관계와 대결하는 것처럼 비치게 된 것도 외교적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상반기에 이뤄질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형식과 내용의 모든 면에서 아베 총리의 4월 방미와 비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을 환대한 미국, 한국은 홀대’ 같은 구도로 해석되지 않으려면 정밀한 사전 준비가 요구된다.

한중관계에 대해 정부는 ‘역대 최상’이라고 포장해왔다. 하지만 이는 역사 문제로 대일 공동 전선이 형성된 데다 한국과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중국의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올 3월 차관보급에 불과한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방한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를 한 번 거론하자 한국이 발칵 뒤집힌 것이 이를 증명한다. 공동 전선의 폭이 깊지 않다 보니 탈북자 강제 북송이나 북한 도발 시 대처 등 돌발 사안이 나오면 밑동부터 흔들리는 형국이다.

최근 불거진 문제는 러시아와의 관계다. 9일로 예정된 제2차 세계대전(대조국전쟁) 승전 기념행사에 박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에 간접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러시아는 북한과 손잡기에 나섰다. 북-러 협력은 대북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한국의 대북 협상력도 약화시키지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성과를 위해 마냥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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