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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사찰 경내에 떠들썩한 아이들 웃음소리…

입력 | 2015-05-05 03:00:00

한옥 어린이집 만든 서울 흥천사 회주 정념 스님




한옥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정념 스님(윗줄 오른쪽).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사찰이 불교만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되죠. 종교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문화재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휴식과 여유를 찾는 ‘동네 문화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4일 서울 성북구 흥천사에서 만난 회주(會主·절의 창건주나 큰어른) 정념 스님의 말이다.

이날 봄볕과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사찰 경내는 뜻밖에도 아이들 웃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산책로 사이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한옥 어린이집이 나타났다. 20일 개원식을 갖는 흥천 어린이집이다. 이곳은 건평 595m²(약 180평)에 3층 구조로 한옥 특유의 정감 있는 내부 공간과 뜰을 갖췄다. 현재 만 0∼3세 어린이 50여 명이 이곳에 다니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합쳐 모두 23억 원이 어린이집 조성에 투입됐다.

“한옥으로 어린이집을 만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이후 관리비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찰에는 한옥이 제격이고,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정념 스님)

불교계에서 정념 스님은 ‘복원 전문 스님’으로 불린다. 스님은 2005년 낙산사 주지로 취임한 뒤 보름 만에 화재를 겪었고, 이후 6년에 걸쳐 사찰을 원형에 맞게 복원했다. 2011년 주지를 맡은 흥천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4년간 퇴락한 사찰의 전각과 산책로가 번듯하게 정비됐다. 주변 주민들이 정릉과 돈암로를 오갈 수 있도록 경내도 개방했다. 한발 더 나아갔다. 한쪽에 생수와 커피 자판기를 놓아 산책하는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길을 지나는 분들만 하루 1000명이 넘어요.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지만 주변 분들에게 나무와 새소리,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보시하는 걸로 만족해요. 돈이 얼마나 드는가는 따질 일이 아니죠.”

실제 산책로에서는 흥겨운 대화가 오갔다. “이렇게 매일 산책해 건강 좋아지시니 제게 자장면 한 그릇 사셔야 해요.”(스님) “예, 스님 하하.”(행인)

흥천사는 10일 1300여 명을 초청해 노인잔치와 무료 진료 행사도 개최한다. 정념 스님은 어린이와 노인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표시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 무엇보다 집안 어른이 평안해야 그 기운이 부모와 아이들에게 전해져요. 거꾸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화목한 가정의 밑거름이 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