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그림 넣어 청소년 보호해야 ▼
이성규 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금연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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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담배회사의 내부기밀문건 공개로 세상에 알려진 사실을 보면 담배회사는 오래전부터 ‘미래고객’ 창출을 위해 고민했고, 특별히 10대 청소년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 혹은 맞춤형 브랜드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 편의점에 전시된 담뱃갑을 살펴보면 이 마케팅 전략이 과거에 멈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지금 담배는 청소년 혹은 20대 젊은 성인들이 좋아하는 감각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포장되어 있다. ‘스페셜 에디션’, 혹은 ‘시리즈’ 형태의 포장을 채택하기도 한다. 담배제품 광고가 제한되어 있는 현실에서 담뱃갑 포장은 담배회사에 정말로 중요한, 어쩌면 ‘마지막 남은 마케팅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담배가 소매점에 진열되는 순간부터 담뱃갑 포장 그 자체가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판매 이후부터는 흡연자에 의해서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제품이 홍보되고 있고, 심지어 휴지통 혹은 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뱃갑도 스스로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은 담뱃갑 포장의 이러한 역할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것 외에도 ‘미래세대’가 담배회사의 ‘미래고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담뱃갑 경고그림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어떤 경고그림이 담배로부터 미래세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이 정책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선행연구를 통해 가장 효과적인 경고그림에 대해서 잘 정리되어 있다. 간략히 정리하면 담뱃갑 경고그림은 내용적 측면에서는 혐오스럽거나 공포감을 줘야 하며, 경고그림 크기가 크면 클수록 효과적이다.
연구결과를 벗어나 우리 현실과 비교해보자.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국내 담뱃갑은 구매 욕구를 유발하는 예쁘거나, 재미나거나, 멋진 디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반대되는 혐오스러운 디자인이 담배와 미래세대를 분리하기에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경고그림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담배회사의 마케팅 공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경고그림의 크기가 최대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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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금연학회 홍보이사
▼ 혐오그림은 흡연자 인격 모독 ▼
신민형 담배소비자협회 회장
그런데도 경고그림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국민건강증진을 빙자해 담뱃세를 인상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변명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한다며 비가격 금연정책인 경고그림은 시행하지 않는다면 담뱃값 인상이 순전히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설 연휴 때 ‘저가담배’ ‘봉초담배’가 검토되다가 담뱃세 인상이 결국 ‘꼼수 증세’였으며 국민을 우롱한 것이란 여론이 일자 쏙 들어간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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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니 그 부작용에 대해서도 눈을 감게 된다. 담뱃갑에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이 나가면 이를 꺼리는 담배 소비자들은 이를 감추기 위해 또 다른 포장을 하게 마련이다. 경고그림을 도입한 대만에서 이러한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80%나 올린 담뱃값에 포장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것이다. 연간 10조 원에 이르는 세금과 기금을 내 지자체복지사업(담배소비세), 학교교육시설개선(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 등에 기여하는 1000만 담배 소비자, 거의 서민인 이들이 혐오대상자로 몰리는 동시에 그를 감추기 위한 담뱃갑 포장 등 경제적 부담까지 지게 되는 것이다.
담배제조사와 유통업계가 보이지 않는 사재기를 통해 담합해 수천억 원의 부당수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감독할 기획재정부 등의 방관으로 탈세된 제품이 유통되었다. 그들은 이익창출과 세수확대에 관심 있을 뿐 힘없는 1000만 서민 담배 소비자들의 입장엔 관심이 없다. 경고그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의 가장 큰 피해는 성실한 서민 납세자 1000만 명이다. 금연구역 확대 등으로 흡연자들은 ‘범죄자’로 내몰렸고 성실한 납세자로서의 권리 박탈은 물론이고 그에 더해 혐오대상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담배를 즐기는 소비자도 있지만 끊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많은데 그들의 인격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문자 해독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적혀있는 경고문자로 이미 흡연의 폐해를 익히 접하고 있다. 굳이 경고그림으로 혐오감, 공포감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
담배는 국가의 전매품으로 이어져 왔고 현재도 국가재정수입의 주요 항목이며 대법원이 판결한 사회적 기호품이다. 마약이나 독극물처럼 혐오시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모순이다. 국민건강을 해친다고 알려진 인스턴트 식품과 주류·청량음료, 공해를 일으키는 에너지 등에도 경고그림을 붙일 것인가. 원전사고의 위험이 심각하다고 원전시설마다 원전사고의 피해를 담은 끔찍한 사진을 경고그림으로 걸어놓을 것인가. 정부가 원전의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면 어차피 1000만 담배소비자들이 애용하는 담배를 대상으로만 대대적 혐오·공포광고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부와 담배제조사와 유통업계가 힘없는 서민 납세자를 봉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 이외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신민형 담배소비자협회 회장
오피니언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