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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무어의 법칙 더는 안 통해”

입력 | 2015-04-21 03:00:00

기술 고도화로 개발비 급증 탓… 이코노미스트 “50년만에 종언”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86)는 창업 3년 전인 1965년 4월 19일 훗날 ‘무어의 법칙’으로 명명되는 예언을 내놓는다. 중간에 수정을 거친 뒤 반도체 집적회로의 메모리 용량과 속도가 1년 6개월마다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알려지게 되는 예언이다. 이 예언은 그동안 거의 맞아떨어졌다. 실제 인텔이 최근 생산하는 반도체 집적회로는 1971년 인텔이 처음 생산한 것에 비해 성능은 9만 배가 좋아진 반면 가격은 6만분의 1로 싸졌다. 이를 자동차에 비유하면 100km 가는 데 15L의 기름이 드는 1만5000달러(약 1617만 원)짜리 자동차가 100km 가는 데 0.5mL만 들면서 가격은 0.25달러(약 269원)로 떨어진 것과 같은 효과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렇게 반도체 업계의 불문율로 통했던 무어의 법칙이 발표 50주년을 맞으면서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무어의 법칙은 더이상은 안 돼(No more Moore‘s law)’라는 의미로 ‘노 무어(No Moore)’라는 표현을 썼다.

무어의 법칙이 최후를 맞게 된 것은 기술적 한계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한계 때문이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폭은 몇 년 전 2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로 줄어든 이후 이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기술의 고도화로 실리콘와이퍼를 새롭게 가공해야 하는 공정이 계속 추가돼서다. 실리콘밸리의 컨설팅 업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에 따르면 10년 전 65nm 집적회로를 개발하는 데 든 비용은 1600만 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14nm 집적회로를 개발하는 데 든 비용은 1억3200만 달러로 치솟았다. 그 개발비에 걸맞게 수익을 올리려면 그 7.5배인 9억8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인텔은 무어의 법칙을 향후 10년은 더 끌고 가 집적회로의 크기를 5nm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차세대 집적회로에 들어갈 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매출 규모가 다시 60억 달러로 치솟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