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와트-박병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내가 적을 이기지 못하면 패자가 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라운드 안에서의 일이다. 경기가 끝나면 같은 야구 동지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걸어간다. 넥센 박병호(29)와 SK 밴와트(29)도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줬다.
박병호가 16일 문학 SK에서 1회초 때린 타구가 일직선으로 날아가 밴와트의 오른 복사뼈를 강타했다. 밴와트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 밴와트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이후 일화가 있다. 밴와트는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1루 쪽 덕아웃 근처까지 와서 상태를 살피던 박병호의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 의도하지 않은 사고였음에도 진심으로 자신을 염려해주는 마음씀씀이에 고마움을 느꼈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도중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경기는 일방적인 SK의 승리로 끝났다. 패자인 넥센은 1안타에 그쳤다. 하마터면 팀 노히트노런을 당할 뻔했다. 안타 1개, 1승1패에 일희일비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결과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승자, 패자를 떠나 같은 야구인으로서 둘이 보여준 행동은 귀감이 됐다.
문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