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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판도라 상자’ 열리나

입력 | 2015-03-31 03:00:00

이규태 회장 무기계약과정 녹음… 합수단, 컨테이너서 다량 확보
정-관계 로비 핵심증거 가능성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66·사진)의 방위사업 비리 사건이 다시 불붙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26일 경기 의정부시 도봉산 기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확보한 대규모 압수품 때문이다. 특히 이 중에는 이 회장이 직접 관리하던 녹음테이프와 음성파일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 메모리)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30일 알려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합수단의 압수수색 당시 컨테이너에는 통째로 뜯어서 옮겨놓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자료는 이 회장과 핵심 직원별로 관리자가 나뉘어 있으며, 이 회장이 직접 관리하던 서류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최근까지 이용되던 물품들이 컨테이너로 급히 옮겨진 흔적이 있는 만큼 최근 작성된 문서나 파일도 다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사업 파트너들과 맺은 ‘비밀 약정서’도 이미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는 이 회장의 사기 혐의 입증보다는 로비 의혹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수사팀이 증거 인멸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린 일광공영 직원은 이 회사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모 씨(여·구속) 등 3명이었다. 김 씨는 일광공영 재무담당 이사를 지내 자금운용 전반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사건 초기부터 검찰이 주목했다. 검찰은 조만간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사업에 관여한 이 회장의 아들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안팎에선 무더기로 확보된 이 회장의 녹음테이프와 각종 음성파일이 이 회장의 군 또는 정·관계 로비 의혹을 풀어줄 ‘판도라의 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회장이 평소 중요한 대화 등을 꼼꼼히 녹음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터키 군사장비업체인 하벨산 전 한국지사장 K 씨(터키 국적·수감 중)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K 씨 관련 녹취록과 영상을 증거로 활용한 적도 있다.

부산 지역 명문고를 나온 이 회장은 군은 물론이고 정치권 등에도 인맥이 폭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비도 ‘수준급’이라는 게 주변 인사들 얘기다. 이 회장의 한 지인은 “실무진에게 현금을 찔러주는 로비 스타일은 아니지만, 현역 군인이 인사 때 희망 사항을 얘기하면 1순위나 2순위 안에 넣어줄 수 있을 정도로 (로비의) 레벨이 다른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회장은 연말에는 전·현직 군 고위 관계자 등을 초청해 특급호텔에서 디너쇼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합수단은 EWTS 납품 계약을 중개하면서 50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이 회장을 31일 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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