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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종 “김일성은 민족지도자”… 경찰 “문건 이적성 확인”

입력 | 2015-03-10 03:00:00

[리퍼트 美대사 피습 이후]




경찰이 압수한 김기종 소유 문건 윤명성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9일 종로서 회의실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경찰은 김기종 씨의 주거지 및 사무실에서 김정일이 쓴 ‘영화예술론’, 범민련 남측본부에서 발간한 ‘민족의 진로’, 주체사상 학습자료인 ‘정치사상강좌’ 등 이적성이 의심되는 자료를 압수하고 이를 공개했다. 뉴스1·뉴시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 씨(55·구속)가 경찰 조사에서 “남한에는 김일성만 한 지도자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또 그는 “국가보안법은 악법이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조사 과정에서 ‘김일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0세기 민족지도자다.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을 했고, 38선 이북을 접수한 후 자기 국가를 세우고 잘 이끌어오는 것을 봤을 때 그렇다”고 답했다. ‘남한에는 그런 지도자가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우리나라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리나라는 반(半)식민지 사회이고, 북한은 자주적인 정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이날 전문 감정기관으로부터 김 씨의 주거지 겸 사무실에 있던 책과 문건 중 10여 건에 이적성이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엔 김정일이 1973년 저술한 ‘영화예술론’ 복사본과 주체사상 학습자료인 ‘정치사상강좌’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앞서 김 씨의 주거지 겸 사무실을 6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 219점 중 이적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책과 문건 등 30점의 감정을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아직 감정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경찰은 추가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해당 책과 문건을 입수한 경위에 대해 “집회 장소나 청계천 인근에서 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김 씨는 살인미수, 외국사절 폭행,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경위에 대해 “2010년 일본대사를 공격할 때는 돌을 준비했는데 칼을 준비하면 더 위협적으로 보일 것 같아 커터와 과도를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또 “절제력을 잃어 범행을 했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2010년 주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수사본부는 범행 현장에 있던 사람을 비롯해 사건과 관계된 인물 26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현장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김 씨가 최소 2회 이상 리퍼트 대사를 가격한 것으로 보이며, 대사의 피해 정도가 심각하고, 범행 당시 함께 준비한 커터 대신 위험성이 높은 과도를 선택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압수수색 영장에 국보법 위반 혐의를 명시하려 했다. 그간의 행적을 봤을 때 압수수색을 하면 이적 표현물이 나올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검찰이 “압수수색 후 판단하자”고 해 영장에서 제외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적성이 의심되는 물품이 확인된 만큼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추가로 신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김 씨의 주변 인물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최근 1년간 빈번하게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대상자를 선별하고, 최근 사용한 은행 계좌를 통해 김 씨를 후원한 개인과 단체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2012년 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우리민족련방제일통일추진회의’ 김수남 현 의장 등과 수시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미국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김 씨가 사용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미국 서버의 자료도 제공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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