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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미 대사가 다시 읽는 ‘두 개의 한국’

입력 | 2015-03-10 03:00:00


박성원

브루스 커밍스의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1981년)은 반공주의에 치우친 기존 연구에서 탈피해 6·25전쟁의 구조적 기원을 파고들었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았다. 커밍스는 식민지와 냉전, 계급갈등을 분석하고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남침을 유도했다는 남침유도설을 편 ‘수정주의’ 사관을 국내에도 광범위하게 퍼뜨렸다. 하지만 러시아 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된 옛 소련의 기밀문서를 통해 북한의 남침 사실이 확인되면서 커밍스의 이론적 토대는 무너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을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한국 문제에 대해 더 큰 열정을 갖고 방대한 자료를 소화·정리한 책으로 평가한다. 윤 장관이 평가한 또 하나의 책은 워싱턴포스트지 기자 출신 돈 오버도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쓴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이다. 광복 이후 남북한 역사뿐 아니라 양측의 갈등과 긴장에 세계열강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분석한 이 책은 객관적 시각에서 쓴 한반도 정치외교사의 필독서로 꼽힌다.

▷미국 명문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오버도퍼는 6·25전쟁 중 포병 중위로 한국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그의 책 서문에는 전쟁 중 부산에서 꾀죄죄한 몰골을 한 아이들이 헌병들의 눈을 피해가며 미군 사병들에게 구걸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오랜 기간 언론인으로서 관찰과 연구를 토대로 베트남전과 미국-소련의 냉전외교에 관한 저술도 남겼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피습 이후 입원 중이던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두 개의 한국’을 다시 꺼내들고 탐독하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예전에도 이 책을 읽은 적이 있지만 다시 한반도 역사, 오늘날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복기하는 차원에서 읽고 있다는 게 공보관의 설명이다. 그는 서울 한복판에서 김기종이 휘두른 과도에 삶과 죽음을 넘나들면서 코리아를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작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두 개의 한국’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