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40년前 신화 다시 한번”… ICT-의료 앞세워 ‘중동 러시’

입력 | 2015-02-28 03:00:00

[朴대통령, 3월 1일부터 중동 4개국 순방]
경제성장 돌파구 ‘제2 중동 붐’에서 찾는다




《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성장 시장인 중동으로 몰려가고 있다. 중동의 각국은 오일머니로 쌓은 막대한 자금을 신도시 건설, 제조업 육성 등에 쏟아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동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2.1%의 두 배가 넘는 4.4%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에 중동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음 달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에 역대 최다인 115개 기업·기관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

#1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6월 미국 유럽 등의 세계적 병원들을 제치고 위탁 운영권을 따낸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이 18일(현지 시간) 개원했다. 두바이에서 동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라스알카이마에 위치한 이 병원은 248병상 규모로 현재 한국인 의료진 17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향후 5년간 약 1조 원의 운영 예산을 지원받아 진료와 수술 등 병원 운영 전반을 수행한다.



#2 화장품 유통업체 토니모리는 1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유통회사인 다라비얀과 계약을 맺고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에 진출할 채비를 마쳤다. 토니모리는 올 상반기(1∼6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1호점을 내고 5년 내 중동 지역에 150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풍부한 오일 머니를 무기로 산업 다각화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중동 지역이 국내 경제성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중동 진출 업종은 건설업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보건의료, 소비재, 정보통신기술(ICT)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다음 달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순방에 동행할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115개 기업 및 기관 116명)에도 이런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재계에서는 1차 중동 붐을 이끈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인 올해가 ‘제2 중동 붐’이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 모래밭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아라

윤부근 삼성전자 생활가전(CE)부문 사장은 9일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지역 회의 ‘거번먼트 서밋 2015’에서 국내 기업 중에는 처음으로 주제 연설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혁신 사례를 발표한 윤 사장은 “아랍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등 인류의 삶과 사회를 바꿀 다양한 혁신의 경험 및 비전과 관련해 한층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8∼22일 터키에서 중동지역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삼성포럼을 열기도 했다.

‘의료 한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도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의 고위 관계자들이 동행한다. 순방 중 신규 병원 위탁 운영권 획득이나 중동 환자의 국내 송출 계약 등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동 의사들의 국내 유료 연수 프로그램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연수를 받고 본국으로 돌아간 의사들은 한국 의약품이나 기기에 계속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보건의료 산업 진출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중동에서 ‘K-푸드’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햇반, 조미 김, 김치 등 30개 품목에 대해 할랄(이슬람교도가 먹거나 쓸 수 있는 식품) 인증을 받았다.

○ 중동의 변화에 따른 국내 기업의 기회

중동지역은 최근 소득 수준이 향상된 것은 물론이고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여성이 늘면서 화장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동까지 상륙한 한류 바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지난해 11월 터키 수도 앙카라에 1호점을 열었다. 참존도 지난해 요르단 APC그룹 자회사인 누메이라와 수출 및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참존은 누메이라로부터 사해(死海)의 진흙 원료를 독점으로 공급받아 신제품을 개발하고 누메이라로 수출하기로 했다. CJ오쇼핑은 자체 개발한 캐비아 성분 화장품인 ‘르페르(REPERE)’를 UAE 두바이 최대 홈쇼핑 채널 시트러스 TV를 통해 다음 달 중동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중동 지역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한 산업 다각화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건의료, 교육, 주택 공급은 물론 유통과 금융 등 서비스 산업에 대해서도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2020년 두바이 세계종합박람회(엑스포) 유치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 등을 앞두고 교통·공항·호텔 등 수천억 달러의 인프라 프로젝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국가들은 또 높은 실업률이 2010년 말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인 ‘아랍의 봄’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난 만큼 민간 부문의 투자와 일자리를 크게 늘리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권형 대외경제연구원 아중동팀장은 “중동은 2, 3년 전까지 이어져 온 고유가 덕분에 국부펀드 및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아 투자 여력이 아직도 크다”며 “특히 산업 다각화나 민간 영역 확대 등의 필요성이 커 시장 다변화 전략을 펴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 중동으로 눈 돌린 중소·중견기업들

이번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기업들 중 중소·중견기업은 59개로 전체 경제사절단의 절반이 넘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동은 중국처럼 네트워크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지역”이라며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납품 계약을 위한 입찰 자격을 얻기 위해 눈도장을 찍을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동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문화나 생활습관, 비즈니스 풍토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고정밀 감속기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 A사는 2013년 두바이에서 만난 현지 바이어에게 샘플을 송부한 뒤 여러 차례 피드백을 요청하다 결국 계약에 실패했다. 종교적 특성상 ‘모든 것은 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한국 방식으로 재촉하다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준 것이다.

KOTRA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구두계약’은 전혀 효력이 없는 등 한국과는 비즈니스 방식이 전혀 다르다”며 “같은 중동이라도 나라마다 문화나 시장 상황이 달라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세형·염희진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