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작가 ‘나의 작은 인형 상자’로 아동출판계 노벨상 라가치상 2년 연속 수상
한국인 최초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정유미 작가. 컬쳐플랫폼 제공
정유미 작가(34)는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수상하게 됐다. 정 작가의 그림책 ‘나의 작은 인형 상자’가 픽션 부문 우수상에 선정된 것. 지난해 정 작가는 ‘먼지아이’로 뉴 호라이즌 부문(유럽·북미 제외 국가)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라가치상은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주관하는 상으로 세계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픽션, 논픽션, 뉴 호라이즌, 오페라 프리마(신인상) 등 4개 부문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한다. 시상식은 도서전 개막일인 다음 달 30일 볼로냐에서 열린다.
정 작가는 2년 연속 수상이란 쾌거를 이뤘지만 새 그림책 마무리 작업으로 서울 서대문구 작업실에만 머무르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2년 연속 라가치상 수상자로 선정돼 애니메이션계에 이어 그림책 분야의 ‘떠오른 별’이 됐지만 조심스러웠다. 자신이 연속으로 선택된 이유를 묻자 주저하다 “2년 동안 끝없이 수정하는 과정에서 작품 밀도가 쌓인 게 수상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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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가는 “직접 만든 인형 상자를 동네 친구가 보여 달라고 했는데 그 순간 많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오래 남았다. 유진이 또래가 내면의 두려움이나 갈등을 스스로 토닥이며 위로하는 힘을 그림책을 통해 길렀으면 한다”고 했다.
정 작가는 국민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 4대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로 꼽히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그림책과 애니메이션 모두 연필 드로잉 방식으로 작업한다. 한창 작업할 때 그의 오른손 새끼손가락 쪽은 작품의 연필 자국에 스쳐 시커멓다. 그는 “연필은 수정이 어렵지 않아 이야기를 뚝딱 만들 수 있다. 세밀한 표현력도 연필의 장점”이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그림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그는 그림책을 부모들에게 ‘강추’했다. “그림책을 보는 아기들은 구석구석 세부적으로 관찰해요. 그림책을 읽으면 이야기를 좀 더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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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