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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레시아스, 스페인 정치권 37세 반항아 “포데모스”로 국민 사로잡아

입력 | 2015-02-04 03:00:00

[2015 뜨는 정치지도자들]<9>변혁 꿈꾸는 좌파 이글레시아스




올해 37세의 ‘말총머리’ 좌파 정치인이 스페인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페인의 신생 좌파 정당 ‘포데모스’의 당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기성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스페인 유권자들은 ‘긴축 반대’를 소리 높여 외치는 ‘옴 파탈’(위험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성) 정치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가 이끄는 포데모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국민당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을 제치고 지지율 2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지방선거와 12월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이글레시아스의 트레이드마크는 뒤로 질끈 묶은 말총머리와 턱수염, 그리고 빨간색 넥타이. 그의 외모는 어떤 말보다도 선명한 정치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장 양복을 입고 앞뒤 머리를 짧게 자른 ‘라 카스타’(엘리트)로 불리는 스페인 주류 정치권에 도전하겠다는 ‘반항’의 상징이다. 캐나다 출신 가수 레너드 코언의 노래 ‘우리는 먼저 맨해튼을 친다. 다음에 (미국을 추종하는) 베를린을 접수한다’가 울려 퍼지는 그의 집회는 마치 록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그는 이윤을 내는 기업의 노동자 해고 금지,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신설, 기업 법인세 인상, 에너지 기업과 병원, 교육부문의 국유화 등의 공약을 내걸어 긴축과 생활고에 지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이글레시아스는 2011년 5월 긴축정책과 불평등 격차가 커지는 데 대한 대중적인 항의 운동인 ‘분노하라’ 시위를 이끌면서 스페인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급상승한 인기를 기반으로 시위 지도부에 참여한 교수들과 함께 지난해 1월 ‘포데모스’를 창당해 분노한 대중을 정치세력화했다. ‘포데모스’는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는 뜻의 스페인어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대선 구호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포데모스는 창당 4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8%의 득표율로 일약 제3당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이글레시아스가 주도한 마드리드 긴축 반대 시위에는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글레시아스는 “이제는 스페인이 변화할 때”라며 “내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유럽 채권국들을 향해) 1조 유로(약 1240조 원)에 달하는 부채 상환 조건을 바꿔 부담을 낮추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달 그리스 총선 때 아테네로 직접 날아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리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40)의 손을 잡아 주며 유럽 좌파 연대를 과시했다.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력도 특이하다. 1978년 역사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스페인 노조연맹(CCOO)의 변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좌파 성향이던 부모는 아들 이름을 19세기 ‘스페인 사회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스페인 명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의 정치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2002년 이후 학술잡지에 3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TV토론 프로그램에서 해박한 지식과 달변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치 성향은 14세 중학생 시절부터 스페인 공산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고 ‘반(反)세계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뼛속 깊은’ 좌파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교장관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 급진 좌파의 부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창해 온 혹독한 긴축 정책이 낳은 예기치 않은 괴물”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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