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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전남대 책읽기운동, 독서문화 새 장 열었다

입력 | 2015-01-28 03:00:00

시도민 투표로 1년간 읽을 책 선정
2년만에 지역 독서문화운동 정착… 토론-체험활동 하며 세대간 소통




지난해 9월 전남대가 시도민 투표로 선정한 ‘높고 푸른 사다리’의 공지영 작가를 초청해 북 콘서트를 열었다. 전남대 제공

한국전력 서광주지사에 다니는 최미희 씨(49·여)는 18일 경북 칠곡군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광주전남이 읽고 톡(talk) 하다’(‘광주전남 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독서클럽 회원 40여 명과 함께 찾은 곳은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이곳은 공지영 씨의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의 무대다. 이 소설은 범시도민 책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남대가 지난해 선정한 ‘한 책’이다. ‘한 책’은 ‘한 해 동안 읽을 책’이라는 뜻으로, 시도민이 직접 투표로 선정한다. 최 씨 등은 소설의 실제 등장인물인 이사악 신부의 안내로 수도원 역사관과 목련나무가 있는 정원, 왜관역이 보이는 언덕, 외부인 숙소를 둘러보고 전통 바티칸식으로 진행되는 미사에도 참례했다. 사내 독서클럽 ‘맛있는 책’ 회원이기도 한 최 씨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장면들을 직접 보고 설명까지 들으니 소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시도민과 함께하는 책읽기 운동

전남대가 벌이고 있는 ‘광주전남 톡’이 지역사회에 빠르게 뿌리 내리고 있다. 책을 매개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광주전남 톡’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대표적인 독서문화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한 해 동안 읽을 책을 선정하고 시도민이 그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는 ‘담론(談論)문화’를 만들었다는 평을 듣는다.

전남대는 첫해인 2013년에는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 책’ 선정을 위한 투표에 6464명이 참여하는 등 열기가 높자 지난해 전남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 투표에선 1만3323명이 참여해 책 읽기 운동의 열기를 보여줬다.

2013년 ‘한 책’으로 박석무 작가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선정하고 함께 읽었다. 작가 초청 강연회와 두 차례 토론회를 통해 ‘다산 정약용’의 효제(孝悌·어버이에 대한 효도와 형제 간의 우애)와 용기, 독서와 근검 사상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해 ‘높고 푸른 사다리’를 ‘한 책’으로 선정한 지역민들은 6·25전쟁 때 목숨을 걸고 한국인 1만4000여 명을 구한 선장 마리너스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과 박애정신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겼다.

○ 독서에 생각을 더하다


전남대는 ‘광주전남 톡’ 프로그램을 알차게 진행하기 위해 독서클럽을 운영하고 토론회와

문학기행을 통해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첫해에는 57개 독서클럽에서 577명이 참여해 ‘한 책’과 동반 도서 10권을 읽고 토론했다. 지난해에는 89개 클럽에서 800여 명이 동참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전남도 도서관 별관에서는 ‘2014 광주전남 톡 한 책 토론회’가 학생과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땅의 사다리’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다양한 모티브를 화제 삼아 대화를 나눴다.

클럽 회원들은 모임 때마다 다른 책, 다른 주제로 토론을 하고 독후감과 체험 활동을 웹 사이트를 통해 공유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전남대는 회원들의 독서활동과 행사 참여도를 평가해 연말에 우수클럽을 시상하고 있다. 2년 연속 우수 독서클럽으로 선정된 ‘책테크’ 회원 박현정 씨(27·여)는 “여러 사람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만나기 힘들었던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4, 5월 시도민 투표로 올해 함께 읽을 ‘한 책’을 선정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작가초청 강연회, ‘한 책’ 토론회, 독서사진 및 서평(書評) 공모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병문 총장은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기도 하지만 지역사회 공동체의 중심으로 지역민과 소통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올해도 많은 시도민이 참여해 건강한 독서문화를 확산시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