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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석환]김정은의 국제무대 데뷔와 주요국 셈법

입력 | 2015-01-27 03:00:00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눈길이 다시 러시아 모스크바와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국제무대 데뷔전이라 할 수 있는 제2차 세계대전 70주년 승전기념식 참석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남북 정상회담이 사상 최초로 러시아에서 성사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러시아로 바뀌면서 북한의 중국과 러시아 등거리 외교가 주효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한반도 외교 공세의 적극화와 일본 및 미국의 수세적 대응, 그리고 동유라시아 지역의 연속적 정세 변동이 예상된다.

물론 이는 한국의 대응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 연장이 결정되는 3월을 앞두고 전방위적으로 자신들의 국제사회 기여능력을 부각하고 있다. 이슬람국가(IS)의 테러와 관련해서는 서방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원군이라는 점을, 이란 핵협상에는 주요한 당사국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중국과 연대 강화를 통한 대서방 견제력 과시와 함께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 내 국가 간 상호의존적 경제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 동시베리아와 극동, 북극권 개발을 통해 과도한 서유럽 지역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 때문에 현 시점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러시아의 동북아 외교 현안에 대한 개입 능력과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참석 결정을 늦추고 있는 한국에 무언의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공세가 5월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올 9월에 종전 70주년을 맞아 사상 처음으로 기념식을 공동 거행한다. 중국 언론은 이를 2015년 중국의 10대 주요 행사로 언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행사를 한국도 함께 치르자면서 시 주석이 이미 박 대통령에게 제의한 바 있다. 한국은 아직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김정은의 참석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처럼 종전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동북아지역의 변화를 한반도를 고리로 해서 추구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한국의 대응능력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