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미디어 생태계 교란]
사업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공정한 방송통신 환경을 조성해야 할 의무가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5일 방송통신 관련 업체의 한 임원은 “최근 방통위가 ‘공정’ 가치를 포기하고 편향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갈등 조정은커녕 ‘갈등 유발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27일 발표하는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는 채널A, TV조선,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압박과 규제 강도를 높이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는 핵심 규제들을 모두 풀어 주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방통위는 올해 종편의 공공성 점검을 반기(6개월)마다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업무계획 최우선 순위에 올려놨다.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는 3∼4년마다 돌아오는 재허가 심사 때 점검하는 내용을 유독 종편에 대해서만 6개월마다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점검 내용도 재허가 심사 내용과 거의 중복된다.
상황은 통신 분야에서도 비슷하다. 방통위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규제의 칼’을 남발해 사업자 간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21일 SK텔레콤이 고액 리베이트를 살포했다며 처벌을 전제로 한 단독 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가 이동통신 3사 가운데 한 업체만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지난해 11월 초 ‘아이폰6 대란’ 당시 사후약방문 대처로 비난받자 이번에 과잉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와 달리 리베이트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연초라는 시기적 특수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방통위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라고 비유했다. 결국 방통위의 조치 이후 SK텔레콤은 “혼자 당할 수 없다”며 KT를 고발했고 두 회사는 원색적인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방통위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면서 “규제 권한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한정훈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