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가좌동 임대주택 ‘가좌관 330’
1층의 공용 공간을 극대화하고 뜰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골목을 오가는 이들이 샛길로 쓰도록 했다. 채광을 위해 두쪽으로 가른 지붕 사이에 아담한 발코니가 있다. ‘래빗(토끼)’이라는 애칭도 지붕 모양 덕에 붙었다. 신경섭 씨 제공
막다른길 모퉁이를 돌아들면 현관 앞에 나란히 밧줄로 매단 두 개의 나무그네가 보인다. 입주자만을 위한 그네, 마당, 샛길이 아니다. 동네 전체 풍경이 그로 인해 바뀌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회원에게는 조합이 공급하는 ‘사회적 주택’에 입주할 자격이 선착순으로 주어진다. 조합은 공적투자기금과 연계해 여럿이 모여 살기 알맞게 공간을 구성한 공동주택을 짓는다. 입주 조합원은 계약 기간이 지난 뒤 원하는 만큼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학기마다 집세 걱정하던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 대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소유’가 아닌 ‘더불어 살기’를 지향하는 건축주와 거주 희망자의 열망은 건물 디자인에 오롯이 반영됐다. 건넛집 주인이 선물로 받은 새 샛길은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설계를 맡은 SoA의 이치훈(35) 강예린(41) 소장은 “1층 필로티(벽 없이 기둥으로 형성해 내부와 외부의 중간 성격을 띠도록 한 공간)를 최대로 넓히고 방범현관 주변에 담장을 쌓지 않아 동네 사람들이 이 골목에서 저 골목으로 기분 좋게 오가는 길이 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내부 공간 구성도 문 꼭꼭 닫아건 채 층간 소음으로만 이웃을 확인하는 아파트와 대조적이다. 2층과 3층 입주자는 욕실과 주방, 거실을 함께 사용한다. 개별 화장실과 주방을 쓰는 복층 구조의 4층 2개실 입주자도 채광을 고려해 갈라 만든 지붕 사이 발코니를 공유한다. 20일 밤 찾아간 이곳 입주자들은 3층에 모여앉아 고등어조림과 매생이 부침개를 즐겁게 나눠 먹고 있었다.
2, 3층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8만 원(1인 1실일 경우). 4층은 보증금 6000만 원에 월세 40만∼45만 원으로 가격 차이를 뒀다. 김범상 글린트 대표는 “집세는 주변 수준에 맞추거나 약간 낮게 잡았다. 재계약 인상률도 5% 이내로 제한해 입주자의 생활 안정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