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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우리도 샤를리다”…테러로 언론자유 겁박할 순 없다

입력 | 2015-01-09 03:00:00


유럽의 심장부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총격사건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야만적 테러다. 프랑스 국적인 이슬람 극단주의자 범인들은 7일 백주에 파리 에펠탑 부근인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국에 난입해 총격을 가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순식간에 12명을 살해했다. 편집장과 만평작가 등 10명과 경찰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테러는 자유사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어떤 명분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

프랑스가 톨레랑스(관용)의 국가라고 해도 반(反)문명적, 반인륜적 테러범죄는 관용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폭력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을 겁박하려는 테러세력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국가와 민족, 종교의 차이를 넘어 자유와 정의의 이름으로 규탄하고 응징하는 것이 마땅하다.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의 예언자인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만화를 여러 차례 게재해 무슬림의 반발을 샀으나 가톨릭에 대해서도 비슷한 풍자만화를 실은 바 있다. 이슬람을 비롯해 특정 종교를 믿는 신자들을 모욕해서는 안 되지만 종교도 언론 비판의 성역일 수는 없다. 범인들은 총을 쏘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예언자의 복수가 행해졌다”고 외쳤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판단하건대 프랑스 태생의 자생적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높아 충격이 더 크다.

이들의 테러에 맞서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서 시민들이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고 쓴 표지를 들고 샤를리 에브도 지지에 나선 것은 감동적이다. 인근의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에는 ‘표현의 자유’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놓고 간 볼펜 수천 자루가 쌓여 있다고 한다. 테러에 위축되지 말라는 의미에서 ‘겁먹지 마(Not Afraid)’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세계 각국의 만평작가들은 테러를 비난하는 만평을 내놓았다. 최악의 언론 테러에 맞서 국제사회가 언론자유의 가치를 결연히 수호하기 위해 나선 것에 본란도 공감을 표명한다.

자유민주주의적 가치 안에서의 합리적 비판이나 풍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폐쇄 집단이나 그 동조자들뿐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북한은 김정은을 등장시킨 코미디영화 ‘인터뷰’의 제작사 소니에 대해 사이버 테러를 감행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이 대북전단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도 자유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다.

북한은 걸핏하면 우리 언론사에 대해 좌표까지 거론하며 폭파 위협을 하고 있다. 북과 연계된 집단이나 우리 내부 극좌세력의 위협에 우리는 결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중심에 있는 핵심 가치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임을 우리가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