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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평화헌법 개정, 국민 과반수 지지 확보위해 총력”

입력 | 2014-12-16 03:00:00

총선 압승후 회견서 강행 의지 밝혀
공명당 설득 위해 ‘9조’ 손안대고… 참의원 선거때까진 분위기 조성
“집단자위권 2015년 정기국회서 처리… 8·15담화에 ‘일본의 길’ 담고 싶다”




12·14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집념을 당당하게 밝혔다.

아베 총리는 15일 오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에 대해 “자민당 결당 이후 일관된 주장”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과반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심화하고 넓혀가기 위해 총재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안보법제 정비와 관련해 “이번 선거는 지난해 7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각의 결정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내년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 과제들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빠르면 24일 발족하는 제3차 아베 내각에서 현 각료들을 전원 재기용할 방침이다.

○ 아베의 전략적 개헌 로드맵

아베 총리의 개헌 의지는 확고부동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에서도 ‘이 길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에 “이번 선거에서 (관련) 공약을 내놓은 우리가 정권을 잡은 이상 그 내용을 추진할 책임이 있다”는 말로 개헌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전권 위임’을 받았다는 식이지만 이번에 소선거구에서 223석(75.6%)을 차지한 자민당의 득표율은 48.2%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개헌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정권 출범 뒤 개헌을 밀어붙이다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린 데다 3가지 장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헌법을 바꾸려면 중·참의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 이어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먼저 중의원은 연립여당이 이번에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지만 자민당 단독으로는 이에 못 미친다.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개헌에 반대하는 공명당의 벽이 첫 번째 걸림돌이다. 참의원에서도 연립여당은 3분의 2 의석에 모자란다. 이 때문에 일본 정계 안팎에서는 아베 총리가 적어도 참의원 전체 의석의 절반인 121석을 물갈이하는 2016년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안전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전에서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민주당 대표 등 야당의 개헌 반대 세력에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하지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등 야당 내 보수 세력은 공격하지 않았다. 시간을 갖고 야당 재편까지 염두에 둔 개헌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아베 총리가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공명당과 국민의 반발을 감안해 헌법 9조는 손대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집단적 자위권으로 소기의 목적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대신 야당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권과 위기관리 법안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해 헌법에 조문을 추가하는 가헌(加憲) 형태로 ‘보통 국가’를 실현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회의 등이 중심이 된 일본 극우 개헌 세력은 벌써부터 개헌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개헌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 아베의 역사 인식과 주변국 관계

아베 총리는 앞서 14일 밤 TV와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의 패전 70년을 맞아 내년 8월 15일 즈음에 발표할 ‘아베 담화’에 “과거의 전쟁에 대한 반성, 전후의 행보, 일본이 이제부터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 전향적인 태도 같지만 한일 외교가에서는 여전히 ‘아베 담화’가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시각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많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아베 내각의 기본 태도도 바뀌지 않았다. 한일 관계 개선의 출구를 찾기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중일 관계는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지난달 양국 정상이 만나면서 중일 간 최대 갈등 요소인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를 관리하기로 사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년에 러시아와 함께 승전 7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어 일본을 견제할 방침이지만 물밑에서는 일본과 경제협력 논의에 적극적이다.

미일 관계는 지금보다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단적 자위권, 미일 방위협력지침 등 안보 문제에서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입지가 강해진 아베 총리가 국내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에 나선다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로선 큰 선물을 받는 셈이 된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 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