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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희준]올림픽 때문에 국민 허리가 휘어서야

입력 | 2014-12-15 03:00:00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 교수

요즘 올림픽을 준비하는 나라들은 경기장 건설을 줄이고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악착같이 협상해 뜻을 관철시키고 있다. 그런데 평창 준비위원회 측은 안 지어도 되는 건물까지 짓겠다고 하질 않나, 500년 넘게 보존해온 희귀수림을 단 사흘 행사를 위해 파헤쳐 스키장을 짓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IOC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이달 8일 IOC가 ‘어젠다 2020’을 발표하면서 복수의 도시와 국가가 올림픽을 분산 개최하는 것을 허락하고 그 적용을 평창 측에 제안했다. 그러자 평창 측은 제안을 받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은 평창은 그동안 경기장 건설 등과 관련해 IOC와 얼마든지 협상을 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크고 비싸고, 또 폐막 후 사용할 수도 없는 건물들을 “IOC가 하라고 했기 때문에 무조건(!) 지어야 한다”고 우겨왔던 것이다.

평창 측은 경기장 건설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분산 개최가 안 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경기장들은 모두 최근에 착공을 시작해 대부분 터파기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사후 활용방안과 운영비용을 묻는 여론에 “나중에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면 건물을 해체하겠다”고 답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지었다가 또 돈을 들여 건물을 부수겠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가? 터파기 수준에서 멈추는 건 안 되고 다 지은 후 부수는 것은 가능하다는 말인가? 평창 측의 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국민을 상대로 장난을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우리 국민은 평창이 올림픽에 세 번이나 도전할 때 열성적으로 도와줬고 함께 기뻐했다. 그때 평창 측은 “모든 게 준비됐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돈 내놔”만 외치며 중앙정부에 국비를 달라고 연일 조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평창 올림픽이 국고 나눠먹기 프로젝트였으며 개최 지역 땅값 올리기 프로젝트였다는 비판이 나와도 무슨 말로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원도가 올림픽 유치에 나서면서 주장했던 것들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소치 겨울올림픽에 물경 57조 원을 쏟아 부었다. 이 바람에 당장 내년에 결정해야 할 2022년 겨울올림픽 유치 신청에 나섰던 도시들이 줄줄이 도망갔다. 우크라이나, 스웨덴, 폴란드가 발을 빼더니 유치가 유력시됐던 노르웨이 오슬로마저 신청을 철회했다. IOC가 무려 1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도 돌아선 것이다.

‘흑자 올림픽’이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올림픽은 무조건 적자다. 또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폐막 후 그리스 총리는 기자들 앞에서 “(적자 규모가 너무 커서) 적자가 얼마인지 모른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2010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였던 밴쿠버는 폐막 직후 10억 달러 적자라고 했다가 1년이 지난 뒤 100억 달러 적자였다고 실토했다.

지금이라도 분산 개최를 현실적으로 고려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일본과의 분산 개최에 대해 안 그래도 반일 감정이 높은데 가능하겠느냐고 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이웃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2020년 도쿄 올림픽 종목을 몇 개 가져와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어떤가. 강원도는 올림픽 역사에 새로운 모델을 창조하는 선구자가 되는 것이다. ‘올림픽’을 내세워 제발 후손에게 ‘빚더미 유산’을 남기지 말라.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