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라면은 물론 마땅히 먹을 만한 반찬거리 하나 없는 주말. 홀로 집안에 남겨졌다면 허공에 대고 투덜거리다가 지쳐,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지나온 세월을 떠올려 본다. 한심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식빵과 우유가 유통기한이 넘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짐승 같은 동작으로 딸기잼을 찾아 부엌을 헤맨다.
재료가 하나둘 모이고 나름 풍요로운 점심식사가 준비됐지만, 그냥 잼 바른 평범한 식빵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뭔가 다른 방식으로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이럴 때면 식빵을 우유에 충분히 적셔보면 어떨까.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해지며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번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올해 초 유럽에서 출시된 2세대 모델이 상반기 유럽 시장 SUV 판매 1위를 달성할 만큼 상품성을 이미 검증받은 캐시카이는 닛산이 최근 디젤 SUV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에 대응키 위해 전략적으로 출시한 모델이다.
시승차는 중간급 모델인 SL이다. 상위 모델인 플래티넘과 비교해 2인치 작은 17인치 타이어를 장착하고 실내는 7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제외돼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몇 가지 편의사양이 빠졌다. 상위 트림과는 400만 원의 가격차를 보인다.
파워트레인은 1.6리터 직렬 4기통 디젤과 7단 수동 모드를 지원하는 엑스트로닉 CVT 무단 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2.6kg.m을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15.3km/ℓ(도심 14.4km/ℓ, 고속도로 16.6km/ℓ). 낮은 엔진회전구간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돼 중저속 구간이 많은 한국의 도심 환경에 유리하다.
주로 서울 도심을 위주로 주말에 시승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 디젤차 특유의 카랑 카랑한 엔진음이 들려온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면 외관 디자인의 날렵함에 비해 묵직한 핸들링 감각과 차체 움직임이 조금 낯설다. 도심에서 시속 70~80km로 주행을 하다보면 차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이 경쟁 모델들에 비해 준수하다. 1750rpm부터 시작되는 최대토크는 도심에서의 저속주행은 물론 고속도로의 중·고속에 이르기까지 무리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기복이 심한 노면을 달리는 상황에서도 가벼운 제동을 가해 안정성을 높여 주는가 하면 CVT 무단 변속기와 맞물려 코너에소 감속할 경우 부드럽게 엔진 브레이크가 작동해 작은 힘에도 충분한 감속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캐시카이는 전방 비상 브레이크, 차선이탈경고, 사각지대경고시스템 등의 기능을 통해 탑승자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한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