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금융’ 논란] 은행연합회장-우리銀 차기 행장 선출 과정서 금융당국 외압설 무성 수출입은행장-대우증권 사장 ‘서금회’가 차지하면서 논란 커져
신관치의 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표적 사례는 최근 은행연합회장 선출 과정이다. 당초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후보 추천을 위한 이사회를 불과 3, 4일 앞두고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 내정설이 난데없이 튀어나왔다.
투표권을 가진 시중은행장들은 처음에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정설의 진원이 금융당국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금융계에서는 “KB금융 회장 선거에서 낙마한 하 전 행장에게 자리를 챙겨주기 위해 당국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촌평이 나왔다. 갖은 논란 속에서도 이사회가 그를 지난달 28일 단독후보로 추천하면서 ‘설’은 현실이 됐다.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은 정상적인 인선 시스템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케이스다. 행장추천위원회가 처음 열리기도 전에 서금회 출신 이광구 부행장의 내정설이 돌았고 공식 선출기구인 행추위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올해 초 서강대 출신인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임명되면서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서금회는 최근 홍성국 대우증권 부사장이 차기 사장에 내정되고, 우리은행 이광구 부행장의 우리은행장 내정설까지 나오면서 금융계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한다”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덕훈 행장이 이 모임에서 좌장(座長)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 ‘문고리 권력’의 일부 인사 등 정치권 실세들과 정부 및 금융당국 내 고위 당국자 두세 명이 자신들에게 줄을 댄 소수의 금융계 인사와 소통하며 주요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힘을 얻고 있다. 또 금융권 인사와 관련한 청와대의 입김이 이전 어느 정부 때보다도 강해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우리은행장의 경우 금융당국이 이순우 행장의 연임을 권고했는데도 청와대가 이광구 부행장 선임을 고집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사장 인선에서도 금융당국이 1순위로 올린 후보는 모두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