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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軍 “신검자 전원 정신과 기록 조회”

입력 | 2014-11-21 03:00:00

복지부-전문의 “심각한 인권 침해”… 병영 가혹행위 근절 대책 논란




군이 내년 1월부터 입영 대상자 전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을 징병검사 과정에서 사전에 조회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민감한 ‘의무기록’ 공개를 놓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국방부와 병무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군은 최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혁신위)’의 병영혁신안 중 ‘정부부처 협업사항’의 일환으로 병무청 징병검사 시 대상자의 정신질환 진료기록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전산으로 공유하고 열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성수 병무청 병역자원국장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건보공단, 병무청 간 (의무기록 공유) 시스템 연계가 완료 단계”라며 “내년 1월부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권 문제 및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군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육군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등 대형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군의 정신질환자 감별과 관리 소홀 문제가 크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군 입대를 사전에 막기 위해 군은 우선 △건보공단과 연계된 전산망을 통해 입영 대상자 전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 유무를 확인하고 △진료기록이 있는 사람에 한해 정신병력을 참고해 입영 가능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이처럼 군이 의무기록을 사전에 열람하겠다고 나서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약을 복용하거나 상담한 경험이 있다고 모두 현재 ‘정신병자’라고 볼 수는 없다”며 “자칫 치료가 끝난 사람까지 정신병자로 몰 수 있는 매우 비인권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한 사람이 오히려 정신질환자로 오해 받는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현재 약 15%에 불과한 정신질환 진료율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은 “지극히 사적인 의무기록을 군대갈 때 국가가 다 들여다본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정신 치료 받을 젊은이는 모두 사라진다”며 “정신질환이 있음에도 제때 치료를 못 받으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 문제가 자칫 정부 부처 간 대립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전 국민의 의무기록을 관리하고 있는 건보공단과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가 “군의 의무기록 전산 열람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영 대상자 전원의 질병정보가 공개되면 과도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매우 크다”며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진료기록 전산 공유를 합의했다’는 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논란이 일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입대 예정자에 대한 진료기록 전산 열람은 혁신위에서 논의 중인 사안으로 국방부가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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