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탈많은 단통법 시행 40일… 국내 제조3사 엇갈린 시각
○ 삼성전자는 ‘여전히 고민’
단통법 자체는 물론이고 단통법에 포함되지 않은 분리공시(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에 모두 반대해 온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에 ‘분리공시는 단통법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단통법 시행 후 한 달 새 사실상 판매량이 반 토막 난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4는 기대했던 수준으로 팔리고 있지만 나머지 모델 판매가 부진해 단통법 이전 대비 전체 판매 수량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이 때문에 최근 처음으로 중고 스마트폰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침체된 시장 살리기에 ‘다걸기’하는 분위기다.
○ LG전자는 ‘당황’, 팬택은 ‘심각’
단통법 시행과 함께 분리공시까지 하자고 주장해 온 LG전자는 내부적으로 당황한 모습이다. LG전자가 애초 단통법에 찬성 깃발을 든 이유는 사실상 삼성전자의 국내 시장 독주를 막기 위해서였다. 사양과 출고가가 비슷한 스마트폰에 대해서 브랜드 차별 없이 동일한 보조금을 준다는 전제만 있으면 삼성전자와 동등한 경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문제는 LG전자도 판매가 급감하는 직격탄을 피해가진 못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0월 국내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70%로 한 달 새 5%포인트가량 늘어났다. 반면 LG전자는 같은 기간 20%대 중반에서 1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단통법 시행 직전 나온 갤럭시 노트4의 인기몰이에 더해 보조금이 동일하게 줄어들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은 제품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이통업계는 보고 있다.
다음 주 매각을 위한 입찰을 앞둔 팬택은 훨씬 상황이 심각하다. 사실상 국내 판매가 전부인 팬택으로선 국내 영업이 잘 돼야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 그러나 5%였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단통법 시행 이후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팬택 관계자는 “단통법에 발목이 묶여 회사 문을 닫게 될 실정”이라며 “갖고 있는 현금은 거의 다 말라버렸고 재고로 쌓여 있는 스마트폰 20만 대라도 헐값에 내다 팔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