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 마케팅에 어린이집 부모들 골치
지난 주말 내내 민수현 씨(32·여)는 ‘친구야 맛있게 먹어’란 글귀 스티커가 붙은 비닐에 과자들을 넣고 리본으로 묶는 작업을 했다. 각종 수입과자 값과 포장지, 선생님께 따로 보낼 막대모양 과자, 마카롱까지 준비하는 데 9만 원 정도 들었다. 이른바 ‘빼빼로데이’(11월 11일)를 앞두고 지난달 어린이집 핼러윈데이 파티에서 사탕을 받아온 딸(4)이 “나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한 게 마음에 걸려서 선물 준비에 나섰다.
민 씨처럼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빼빼로데이’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막대모양 과자를 친구·연인들끼리 나눠먹던 기념일이 이제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도 챙겨야 하는 행사로 확대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어린이집’을 검색하면 ‘빼빼로데이 선물’이 연관 검색어로 뜨고, 엄마들이 많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엔 ‘어린이집 빼빼로데이 선물해야 할까요’란 질문이 여럿 올라왔다. 질문 아래엔 ‘선생님들이 좋아할 것’ ‘아이들 먹기 좋은 과자로 하라’는 답들이 달린다. 간혹 ‘상술이니 휘말리지 말자’는 댓글이 있지만 소수에 그친다.
광고 로드중
빼빼로데이를 그냥 넘길 생각인 학부모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5세 딸을 둔 박지영 씨(32·여)는 “스승의 날도 아닌데 꼭 챙겨야 할까 싶었다”면서도 “남편과 의논 끝에 올해는 그냥 두고 보고 다들 챙기는 분위기면 내년부터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