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도전하라]<3>서울 신당창작아케이드 ‘비아바치’ 사장 이슬범씨
이슬범 씨가 3차원(3D) 프린터로 출력한 자신의 얼굴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공예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작게는 10m²(약 3평)에서 크게는 30m²(약 9평)에 이르는 각각의 공간에는 각종 공예품과 그림이 전시돼 있다. 과거 지하상가로 쓰던 공간을 서울문화재단이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개조했다. 27일 이곳에서 만난 이슬범 씨(28)도 새로운 기술과 도전정신으로 신당창작아케이드를 자신의 새로운 터전으로 만들었다.
○ 컴퓨터 프로그램 통해 세밀한 작업 가능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목걸이, 반지 등을 마음껏 디자인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처음엔 주로 전통공예 작품 디자인을 배웠다. 문창살이나 칠보공예가 주를 이뤘다. 기술 난도가 높다 보니 기성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 씨는 조금 더 섬세한 표현을 하고 싶어도 남들보다 손가락이 다소 뭉툭한 탓에 포기할 때가 적지 않았다. 이랬던 그에게 3차원(3D) 프린터는 새로운 가능성을 안겨줬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2009년 들었던 수업에서 ‘CAD’ 같은 3D 설계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게 계기가 됐다. 3D를 활용한 기술에 좀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던 이 씨는 학원을 찾았고 이곳에서 그는 3D 프린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그는 “신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3D 프린터는 당시 귀금속 디자인 분야 등에서 종종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 씨 같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기기였다. 더구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한 세밀한 표현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씨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는 “공예품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기성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복잡한 제작 과정은 공예품의 대중화를 막고 있다”며 “3D 프린터를 활용한다면 이런 장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 직접 만든 작품 내걸고 개인전 열기도
이 씨는 지난해 9월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지금은 대학원 동기인 박초롱 씨(27·여)와 함께 사무실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명은 ‘비아바치’다. ‘∼을 통해’라는 뜻을 지닌 영어단어 ‘via’에 ‘장인(匠人)’이란 의미의 순 우리말 ‘바치’를 합쳐 만들었다.
“‘장인의 손을 거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대중적이지만 예술성을 겸비한 상품을 세상에 내놓는 게 우리의 목표예요.”
이런 생각을 담아 만든 다양한 귀금속은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매출에 대해서는 “많진 않지만 제 또래 친구들과 비교할 때 크게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석사 학위를 받은 올 초부터는 대학에 강의도 나간다. 귀금속 디자인 전공 학생들에게 3D 프린터와 스캐너를 활용한 작품 제작 기술을 가르친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3D 기술은 점차 세상을 바꿀 거예요. 그 선두에 서 있다는 자부심으로 더욱 다양한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