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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윤종규 “KB회장-국민은행장 당분간 겸임” 조직안정 고삐

입력 | 2014-10-29 03:00:00

29일 이사회서 직접 밝히기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사진)가 국민은행장을 동시에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사회 협의를 거쳐 은행장 겸임이 확정되면 윤 내정자는 2002년 국민은행에 입사한 이후 ‘3전 4기’ 만에 은행장 직을 맡게 된다.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장을 얼마 동안 겸임할지 밝히지 않았지만 최소 1년간은 겸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KB금융 이사회 “윤 내정자 겸임 찬성”

윤 내정자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KB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당분간 겸임할 계획”이라며 “조직 내부와 대외적으로 회장, 행장 겸임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어 29일 이사회를 통해 확실히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윤 내정자의 은행장 겸임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최종 결정한다. 정식 투표 절차 없이 사외이사들이 윤 내정자의 결정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원래 은행장 선임은 지주 회장과 지주 사외이사 2명으로 이뤄진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는 것이어서 이런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은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조직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윤 내정자의 뜻을 존중해 은행장 겸임을 찬성해줄 방침이다. 한 KB지주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부에서도 윤 내정자의 겸임을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윤 내정자의 회장-행장 겸임 여부는 29일 이사회 직후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 마침내 은행장 꿈 이루는 윤종규 내정자

국민은행장 겸임으로 윤 내정자는 ‘3전 4기’ 만에 은행장직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2002년 고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제의로 국민은행에 합류한 뒤 줄곧 은행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2004년 김 전 행장이 당시 부행장 등을 대상으로 ‘후계자 선정’ 절차에 착수하자 개인금융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던 윤 내정자가 유력한 행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행장과 윤 내정자가 금융당국 중징계로 물러나면서 이 절차는 중단됐다.

국민은행에서 물러난 뒤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상임고문을 맡던 윤 내정자는 2010년에도 국민은행장으로 하마평이 무성했다. 당시 윤 내정자는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 선출을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뽑혔다. 하지만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이 최종적으로 은행장에 낙점되자 어 전 회장은 윤 내정자를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세 번째 도전은 지난해였다. 윤 내정자는 작년에 국민은행장을 선정하기 위한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윤 내정자가 최종 회장 후보가 되자 금융권 관계자들은 그가 행장을 겸임할 것으로 관측해 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내에서 국민은행의 비중이 90% 이상인 만큼 윤 내정자는 은행을 제대로 경영해야 KB금융을 제대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주-은행 간 갈등 줄어들 듯

국민은행 관계자들은 윤 내정자의 은행장 겸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지주, 은행 사이의 불화로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일이 없을 것”이라며 “업무보고의 효율성도 좋아질 수 있어 조직원들의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KB금융이 빠른 시일 내에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당분간 회장-행장 겸임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KB금융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고 계열사들의 영업력을 끌어올리려면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윤 내정자가 KB금융의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 이사회의 개편과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 내정자는 29일 이사회가 끝난 후 다음 달 주주총회까지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KB금융 본점에서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 내정자 신분인 만큼 계열사들의 상황을 보고받고 향후 인사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