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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살 조장 부작용”… 최대 1조 보험금 부담 더 걱정

입력 | 2014-10-02 03:00:00

자살보험금 지급 거부 왜?
‘재해’ 인정때 일반사망 2, 3배 지급… 17개 생보사 총 281만여건 계약
“약관 표기 오류일뿐” 2179억 안줘… “전액” “일부만” 법원 판결도 엇갈려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보험 계약자가 자살했을 때 줘야 하는 이른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사회 통념상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살보험금 논란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살보험금 관련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자살보험금이 왜 논란이 되나.

A. 현재 생보사는 보험 가입 후 2년을 넘긴 고객이 자살하면 일반사망보험금을 준다. 하지만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까지 대부분의 생보사가 판 상품에는 ‘자살 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특별약관이 들어있었다. 교통사고, 재해 등으로 사망했을 때 주는 재해사망보험금은 통상 일반사망보험금의 2배 이상이다. 생보사들은 뒤늦게 이를 깨닫고 2010년 약관을 수정했다. 그러면서 과거 약관은 ‘표기 오류’로 간주하고 자살 고객에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ING생명 검사 과정에서 이 사실이 적발됐다. ING생명 외에도 16개 생보사에 같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ING생명을 징계한 데 이어 16개 생보사에 재해사망 특약에 맞춰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지도했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 분쟁조정국은 자살보험금 관련 39건의 민원이 제기된 생보사 12곳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현대라이프, 에이스생명을 제외한 10곳이 이를 거부했다.

Q. 생보사는 왜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나.

A. 생보사들은 “자살은 어떤 경우에도 재해로 볼 수 없는 만큼 약관상 표기 오류 때문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약관에 나온 ‘재해분류표’의 32개 항목에도 자살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생보사 설명이다. 또 자살자에게 고액의 재해사망보험금을 줄 경우 사회적으로 자살을 조장하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말기 암에 걸린 환자라면 재해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자살하고 싶지 않겠느냐”며 “이런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4월 말 현재 17개 생보사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2179억 원이다. 보험금을 늦게 줄 때 지급해야 하는 지연이자까지 합치면 금액은 더 불어난다. 17개 생보사가 자살 때 재해사망보험금을 줘야 하는 보험계약 건수는 281만7173건이다. 이 가입자 중 앞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최대 1조 원까지 커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생보사로선 엄청난 부담이다.

Q. 생보사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까.

A. 금감원에 민원이 제기된 12개 생보사 중 삼성생명은 지급 여부 결정을 유보한 상황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8월 자살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이 들어와 대응하고 있다”며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생보사들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없다는 것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ING생명은 징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번 민원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 거부를 밝힌 만큼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Q. 소송하면 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가.

A. 법원은 계약 조건에 따라 엇갈린 판단을 내려왔다. 2007년 9월 대법원은 교보생명과 자살 고객의 다툼에서 고객의 편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교보생명의 재해특약과 관련해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2년이 지난 뒤 자살하면 보험금을 준다고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반면에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이와 비슷한 약관과 관련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선고한 1심 판결과 달리 자살을 일반 사망으로 간주해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하라고 조정했다.

금융당국의 징계가 결정된 만큼 고객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고의에 의한 자살은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법원도 명확히 하고 있어 법정 다툼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실제 보험금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기 minki@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