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 정권과 국제사회의 피할 수 없는 격돌이 다가오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각국 장관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북한 인권 고위급회의가 처음으로 열린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이 회의에는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중대한 불평등―북한의 인권위반 조명’이라는 제목의 회의에서 미국은 정치범수용소 등 인권 침해 상황과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억류 중인 미국인 매슈 토드 밀러 씨의 혐의에 대해 “의도적으로 감옥에 직접 들어가 인권 실태를 내탐해 세상에 공개할 목적으로 감행된 고의적 범죄행위”라고 20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밀러 씨가) 감옥에 들어가기 위해 몸값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치적 망명을 요구한다’고 적은 수첩을 준비한 뒤 공항 입국장에서 사증(비자)을 찢어 체포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2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첫 면담이 예정된 이수용 북한 외무상도 인권 문제를 배격하는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유엔 대사를 유엔 총회에 참석시켰던 북한이 15년 만에 외무상을 직접 보낸 만큼 이번 유엔 총회를 국제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은 총회에 참석하는 83명의 정상과 정부 수반, 28명의 장관급 인사와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북한 인권 문제가 부각되면서 유엔에서 남북 외교장관의 공식 만남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외교부는 “북한과의 만남은 예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기회가 된다면 (유엔에서) 남북 외교장관 간의 대화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