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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4가지 유형 위험인물, 바로 당신 가까이 있다”

입력 | 2014-09-20 03:00:00

◇위험한 사람들/조 내버로 지음·박세연 옮김/344쪽·1만6000원·리더스북
FBI 프로파일러 35년 경험 집약
식별 방법과 구체적 대처법 제시




사이코패스 등 각종 강력범죄자를 수십년간 만나온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위험인물을 만날 확률이 얼마인지는 중요치 않다”며 “적은 확률이라도 그들을 만나면 삶을 통째로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더스북 제공

기자는 한때 ‘김호순’으로 불렸다. 사건기자 시절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비롯해 아동성폭행범을 자주 취재하다 보니 붙여진 별명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 이들의 ‘평범성’에 자주 놀라곤 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이웃에 친절하다던 그 사람이 살인을 하다니’라고 말이다. ‘평범해 보였던 주변 인물이 갑자기 나를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은 이런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준다. 미국연방수사국(FBI) 프로파일러로 35년간 활동한 저자는 우리 주변의 위험한 인물, 즉 범죄자를 꼼꼼히 분석했다. 이론서는 아니다. 강간범, 살인범, 유괴범, 소아병애자 등의 구체적 행동방식부터 이들을 식별하는 방법, 직면 시 대처법을 다룬 방법론 서적이다.

극단적으로 우리 이웃, 친구, 연인, 나아가 부모도 위험한 인물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국가 훈장을 받은 캐나다 공군대령 데이비드 러셀 윌리엄스는 연쇄강간살인범이었지만 동시에 아내에게는 자상한 남편이었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3명의 여성을 납치, 감금하고 고문과 성폭행을 일삼다가 발각돼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리엘 카스트로도 이웃들은 “환한 미소를 지난 착한 아저씨”로만 여겼다.

위험을 과장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된 경우는 전체 사건의 1% 이하였다. 위험으로부터 평범한 사람을 지켜내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저자가 새내기 경찰이던 1975년 미국 유타 주 내 한 대학에서 수전 커티스란 소녀가 실종됐다. 당시 저자는 학교 순찰 임무를 맡고 있었다. 수년 후 그녀는 34명을 살해한 테드 번디에 의해 숨진 것으로 밝혀진다. 그 자책감에 저자는 FBI 프로파일러의 길로 들어섰다.

이 때문에 책의 목표도 확실하다. 다른 범죄서적처럼 범죄자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인간 행동의 관찰·해석→이를 기반으로 위험한 사람인지 구분→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방법에만 집중한다.

저자는 35년간 수많은 범죄자와 희생자를 직접 본 경험을 토대로 위험인물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나만을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나르시스형’, 심한 감정 기복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감정불안형’, 의심이 커 죄책감 없이 남을 해하는 ‘편집증형’, 타인을 통제해 쾌감을 얻는 ‘포식자형’으로 나눴다. 이어 유형별 150여 개의 위험인물 판별 체크리스트를 통해 의심인물을 검토해 본 후 △25점 이하(위험 가능성 내제) △75점 이하(각별한 주의) △76점 이상(경고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게 했다. 극단적인 범죄자의 경우 2가지 혹은 4가지 유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주변의 ‘그’가 위험인물로 파악됐다면 냉철히 대응해야 한다. 상당수 사람들은 참고 대화하고 이해해주려 하다가 위험에 빠진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위험인물로 판단이 섰다면 행동을 기록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또 위험인물들이 유리한 시간, 장소를 피해야 한다. 책을 다 읽은 후 주변 인물을 토대로 체크리스트를 완성해 보니 50점 이상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해당 인물은 다소 개성이 넘칠 뿐 평범해 보이는데도 말이다. 아차. 연쇄살인범 역시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평범한 이웃으로 보였으니 모르는 일이다. 저자의 결론이 답인 듯싶다.

“사람들을 겁먹게 하거나 위험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단지 내면의 ‘안전 레이더’를 가동해 위험한 사람을 가려내고 자신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뿐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