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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90대 ‘군번없는 영웅들’ 배로 206km 달려 백령도로, 왜?

입력 | 2014-09-17 15:38:00


6·25전쟁 당시 군번도 계급도 없이 유격 작전을 수행했던 유격군8240부대(켈로부대) 산하 백마부대원 22명이 16일 인천항에서 백령도행 쾌속선에 몸을 실었다. 이날은 인천 상륙작전 64주년 바로 다음날이다.

당시 부대원들을 지휘했던 백령도의 켈로부대 사령부 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막사를 찾아 숨진 전우들을 기리겠다는 애틋한 마음이, 80~90대 노병들을 움직였다. 인천항에서 배로 206㎞ 떨어진 곳이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가 마련한 자리였다. 최 대표의 아버지는 백마부대 출신 납북자 고 최원모 씨. 올해 7월 켈로부대원이자 납북자로서는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최 대표는 유격백마부대전우회장을 맡고 있다.

'켈로'는 'KLO(Korea Liaison Office·주한 첩보연락처)'의 발음에서 따왔다. 3만 명 규모였던 이 부대는 미8군 지휘를 받아 서해의 섬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모두 북한 출신이던 부대원들은 홀대받았다. 비정규군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켈로부태 소속 연대 중에선 백마부대(부대원 2600여 명)의 규모가 가장 컸다. 그 백마부대원 전사자 552명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 휴전 61년 만에 전우들이 백령도를 찾은 것이다.

백령도가 가까워지자 엄숙한 표정을 짓던 이들은 국가에서 받은 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섬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수십 여 분 달려 야산에 도착하자 켈로부대 사령부 막사가 나타났다. 철조망에 둘러싸여 일반인 접근이 통제된 곳. 2평(약 6.6㎡) 남짓 될까. 사령부 막사 치곤 좁은데다 세월의 무게에 눌린 그곳에 켈로부대원의 피와 땀이 서려 있었다.

백마부대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켈로부대 산하의 또 다른 연대인 옹진학도유격부대 출신의 '한국유격군D-11옹진학도부대전우회' 목영설 회장(86)은 "예하 부대에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내리는 데 사용됐던 막사 주변의 안테나 수십 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탄식했다. 백마부대원 김일용 씨(80)는 "우리가 싸운 흔적을 보니 흐뭇하다"고 마음을 달랬다.

부대원들은 장렬히 전사한 전우들을 위해 제를 올린 뒤 꼿꼿한 자세로 거수경례 했다. 이들의 여정에 유가족 20여 명도 함께 했다.

백령도=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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