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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개 병원 의사 등 2810명에 9억 리베이트

입력 | 2014-09-16 03:00:00

7억 과징금 태평양제약 또 적발… 회식비 내주고 카드깡으로 현금 줘
300만원 이상 11명만 불구속 입건




전국 120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직원 등 2000여 명이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중 11명(0.4%)만 불구속 입건됐고 나머지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 사건 때 형사입건 기준이 ‘300만 원 이상’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기준도 의료인이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리베이트로 받았을 때에만 최소 자격정지 2개월의 처분이 내려진다. 리베이트 액수가 300만 원 미만이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15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태평양제약은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영업사원을 통해 전국 120개 병원의 의료진 2810명에게 1692차례에 걸쳐 9억40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약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평양제약 측은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 제품설명회를 열 때 의사 1인당 최대 10만 원 상당의 식·음료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제품설명회를 연 것처럼 꾸민 뒤 의사들의 회식비를 대신 내주거나 미리 섭외한 식당에서 ‘카드깡’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해 건넸다. 일부 의사가 냉장고 노트북컴퓨터 등 업무와 무관한 물품을 요구하자 판촉물 구입비로 처리했다. 앞서 태평양제약은 의사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했다가 201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6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경찰은 태평양제약 대표 안모 씨(56) 등 2명과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박모 씨(51), 구매담당자 옥모 씨(47) 등 중소병원 관계자 11명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소속된 병원에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