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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돌려주세요 2부]“일-가정 양립하려면 제도로 정착시켜야”

입력 | 2014-09-04 03:00:00

여성위원장 김정원 부행장




“일·가정 양립의 숙제는 개인마다 다양한 색깔로 다가오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한국씨티은행의 5대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원 재무기획 그룹 부행장(46·사진)은 특유의 야근과 연장근로 문화가 만연한 은행권에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성위원회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이유는….

“씨티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양성이다. 200년 역사에서 여성은 물론이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임직원의 역할이 컸다. 여성위원회는 이런 정신을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실천하기 위해 설립했다. 일·가정 양립제도를 포함해 여성들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바람직한 여성상을 제시한다. 여러 동료와 선배들과의 교류를 지속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이고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위원회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은 없었나.

“여성위원회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원으로 설립됐고,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갈등은 없었다. 임직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것이 경영적인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우리 조직의 여성인력 비중은 전체의 절반 수준이고, 중간관리자 및 고위관리자 비중도 국내 다른 기업과 비교해 매우 높은 편이다.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리더십 트랙을 개발하고 시행한 결과 상당수가 많은 발전을 이뤘고 업무 성과도 뛰어났다. 경영에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야근과 잡무, 권위적인 문화가 많은 은행의 근로문화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최고경영진과 전체 조직 차원에서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위원회는 ‘성(性)’을 주요 분야로 다루면서 자율근무정책, 집중근무제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기업문화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정착이 어렵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듯 모든 일은 가정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아니겠나. 패밀리데이와 셀프데이를 운영하는 것도 제도를 문화로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문화적인 정착이 가장 중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꿈꾸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본인이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사와 육아에 있어서 누군가가 도움을 준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든 걸 다하고자 하면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게 확보된 시간을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일에 활용했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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