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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비공식기록 결승타, 이승엽 처럼만 친다면…

입력 | 2014-08-14 03:00:00


▽문제 하나. 어떤 팀이 2-2 동점에서 5-4로 이겼다고 치자. 이 경우 결승점은 3점째일까, 아니면 5점째일까. 축구에서는 5번째 골이 결승골이다. 야구는 다르다. 비록 상대 팀이 2점을 더 냈다고 하더라도 3번째 타점이 결승타가 된다. 야구의 결승타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1회초에 선취점을 낸 뒤 10-0까지 앞서다 결국 10-9로 이겼다고 하자. 이 때의 결승타는 1회초 선취점을 낸 타점이다. 결승타라면 마땅히 그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한 방이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결승’이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하다. 그나마 그 점수가 상대 실책이나 투수의 폭투로 나왔다면 아예 결승타라는 게 없어지고 만다.

▽메이저리그는 1980년부터 승리 타점(Game Winning RBI)이라는 이름으로 결승타를 공식 기록에 포함시켰다가 위의 이유를 들어 1988년을 마지막으로 이 기록을 폐지했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1981년부터 1988년까지만 결승타를 공식 기록으로 채택했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1989년까지 최다 결승타에 대한 시상을 하다가 1990년부터 이를 폐지하고 최다 안타로 대체했다.

▽공식 기록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 20년도 더 됐지만 결승타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야구 기사에서는 결승타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지들은 매 경기 기록표를 지면에 싣는데 결승타는 각주의 가장 앞에 자리한다. 그만큼 많은 팬들이 결승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결승타를 친 선수는 ‘국민타자’ 이승엽(38·삼성·사진)이다. 13일 현재 15개의 결승타를 쳤다. 2위 그룹인 채태인(삼성)과 테임즈(NC·이상 11개)를 4개 차로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40세 가까운 나이에 가장 많은 결승타를 기록 중인 것도 대단하지만 더욱 눈여겨볼 것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승엽이 치는 결승타는 정말 결승타답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결승타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안타나 4사구일 수도 있고, 희생플라이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땅볼로 결승타를 칠 수도 있다. 그런데 올해 이승엽은 무려 9차례나 홈런으로 결승타를 장식했다. 5월 28일 LG전 8회 역전 3점 홈런, 6월 18일 SK전 연장 10회 결승 홈런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 중반 이후인 6회 이후 때린 결승타도 7차례나 된다. 11일 넥센과의 경기에서는 연장 10회초 결승 안타를 쳤다. 영양가로 따진다면 영양가 만점짜리 결승타들이다.

▽그동안 이승엽이 슈퍼스타 대접을 받아온 것은 많은 홈런을 치기도 했지만 필요할 때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려 왔기 때문이다.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에 이상훈을 상대로 친 동점 3점 홈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 8회에 터뜨린 역전 2점 홈런 등은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한 기록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기록에서 결승타가 사라진 것은 결승타의 빈도가 낮을 뿐 아니라 결승타로 보기엔 함량 미달의 결승타가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승엽처럼만 결승타를 친다면 다시 결승타라는 항목을 부활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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