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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삼성전자 스마트폰 多作전략의 명암

입력 | 2014-08-01 03:00:00

세계 톱 원동력 vs 제살 깎아먹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다작(多作)전략’이 2분기(4∼6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스마트폰 시장에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다 보니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역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경쟁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세계 시장점유율을 늘려 왔던 만큼 ‘다작전략의 명암’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재고 처리 압박


31일 공개된 삼성전자 무선(IM)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4조4200억 원에 그쳤다. 1분기(1∼3월) 6조4300억 원과 전년 동기 6조2800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이다. IM사업부의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년 전 2012년 2분기(4조13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2분기 실적 하락을 예견됐던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갤럭시 노트3’가 나온 이후 중국 시장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재고 처리를 위한 프로모션 비용 및 보조금이 투입됐다”며 “그 덕분에 1분기에는 스마트폰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2분기에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다 보니 ‘물량 밀어내기’ 현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이동통신사들이 재고를 모두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 주력해야 하는 신제품이 나옴에 따라 재고 물량을 처분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는 “특히 중국과 유럽시장에서 유통 재고 부담이 가중돼 마케팅 비용이 늘었다”며 “다만 2분기 재고 수준을 잘 컨트롤했기 때문에 성수기에 진입하는 3분기에는 재고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하반기에도 ‘다작전략’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총 12종의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7월 말 기준으로 7종을 내놨다. 중저가 시리즈부터 전략 스마트폰의 파생제품까지 내놓는 해외 시장을 포함하면 삼성전자가 연간 선보이는 모델만 수십 가지다. 업계에선 “갤럭시 A부터 Z까지 다 나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신제품을 내놓지 않은 애플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애플이 영업이익 면에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능가할지라도 전체적인 매출과 시장점유율에서는 삼성전자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다작전략은 제조업이 기반인 삼성전자만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장라인과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이번 분기에는 단점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하반기(7∼12월)에도 꾸준히 다작전략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경쟁사 간 ‘뺏고 뺏기는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애플 역시 이번 하반기에 단일 제품이 아닌 화면 크기별로 다른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업계가 내다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6개월 안에 ‘갤럭시 노트4’와 메탈 소재를 적용한 모델 등 프리미엄 제품 2개를 출시한다. 제품 및 가격경쟁력을 강화한 중저가 모델 라인업도 대폭 강화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보통주와 우선주 한 주에 50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배당금, 시가배당률, 전체 배당금 모두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시설투자금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4조 원을 투입한다. 반도체에 14조4000억 원, 디스플레이에 4조9000억 원을 투자한다. 상반기 누계로는 연간 투자계획의 43%를 집행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최건 인턴기자 서울대 인류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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