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학교 불균형 심화
성균관대가 부지 매입에 관심을 보였고,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세곡2보금자리지구 학교 이전 우선협상대상자로 경신고를 선정했을 때만 해도 이전은 순조로울 것으로 보였다. 도심 공동화로 고민하던 경신고와 신설학교 수요지로 세곡2보금자리지구에 학교 이전을 추진하던 서울시교육청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경신고는 2004년 1346명이던 재학생 수가 2013년 1182명으로 10년간 10% 이상 줄어든 터였다. 그런데 부지 관련 규제가 학교 이전의 발목을 잡았다.
○ 이전 어려우니 신설만 늘어
게다가 서울시의 학교 이적지 관리 방향에 따르면 매각한 학교 부지는 공동주택 개발에 대한 심의를 제한하고, 공원이나 복지시설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고 돼 있다. 사기업이나 일반인이 비싼 학교 부지를 사들여서 공익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도심에서 학교를 옮기는 학교는 가물에 콩 나듯 드물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풍문여고가 강남구 세곡2보금자리지구로 이전이 확정됐다. 서울시가 현 풍문여고 부지를 700여억 원에 매입해 공예문화박물관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교 부지 이전이 일사천리로 추진된 덕분이다. 학교 이전은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종로구·중구·용산구 지역 고교 중 일부는 대신고(종로구 행촌동)와 배문고(용산구 서계동)를 필두로 학교 이전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택지개발 중인 부지에 이들 학교를 옮겨와 학교 수요를 재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지 관련 규제로 발이 묶인 이들 학교 중에서 사실상 이전이 가능한 곳이 없다 보니 결국 신설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시 전체 고교생은 1999년 50만3096명에서 2013년 33만4123명으로 급감하는 가운데 학교 수만 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신설 고교 수요가 있는 곳은 송파구 거여동(위례신도시)과 구로구 오류동(천왕지구)이 있다. 두 군데 모두 학교 이전 수용을 검토했으나 신설로 방향을 잡고 각각 학교 설계 단계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설립 검토 단계를 밟고 있다.
○ 학교 불균형은 더욱 악화
서울 도심은 공동화가 가속화하는 반면 택지개발로 인구가 새로 유입되는 외곽에서는 학교 부족 현상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학생 현황에 맞춰 학교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부지 문제로 학교 재배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도심에서는 신입생 유치로 고심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에서는 학생 수용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세곡 1, 2단지의 초등학교 전학생 수용을 두고 인근 왕북초와 대모초가 난색을 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세곡 1, 2지구는 당초 예정보다 입주 가구 수가 늘어났지만 학교 신설 기준에는 다소 못 미치는 바람에 초등학교가 신설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근 초등학교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대모초는 이미 학급당 인원이 31명이 넘고, 전체 학교 공간을 따져도 초과밀학교인 상황. 대모초 관계자는 “이미 전교생이 1000명을 넘은 상황에서 학생을 더 받으려면 지하에 교실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왕북초는 학급당 인원(24명)이 상대적으로 적고 일반 교실이 남아 있지만, 세곡지구로 오는 초등생 325명을 전원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세곡지구 학부모들이 중학교 이후 학군까지 고려해 초과밀학교인 대모초로 전학하길 원하는 것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