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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 거래하며 1조원대 허위 세금계산서? 16명 무더기 구속

입력 | 2014-07-29 15:53:00


동아일보 DB

출처가 불분명한 귀금속을 유통시키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자료상(전문 탈세꾼을 이르는 말)을 거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세금을 줄이려 한 자료상들을 검거한 일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들의 조직도를 파악하고 수법을 간파해 물증을 잡은 것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관정)는 은을 유통하면서 1조원 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 1000억 원 가량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세금계산서 교부의무 위반 등의 가중처벌)로 김모 씨(56) 등 23명을 적발하고 그 중 1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개별 업체로 보면 정상적인 거래 내력이 나와 기존 수사에선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흐름도를 만들어 총 64개 업체들이 얽혀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은을 거래하는 업체는 매입과 매출이 동시에 발생하고, 매출과 매입의 차액에서 인건비 등 부대비용을 빼고 난 금액의 10%에 부가가치세를 적용한다. 이를 투명하게 하려면 모든 매입과 매출에 대한 세금계산서가 동시에 발생하는데, 구속 기소된 이들은 이 부가가치세를 줄이려다 덜미가 잡혔다.

김 씨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나 폐가전 등에서 은을 모으는 영세업자, 밀수업자 등에게 은 1200여억 원 어치를 입수했다. 업자들이 영세해 모두 현금 결제해 세금계산서가 없었다. 이 은을 그냥 유통하면 '무자료(세금계산서가 없는)' 은이라 부가세로 120억 원을 내야 하는 상황.

세금을 피하기 위해 김 씨는 은을 수출업체 등에 공급하면서도 여러 자료상을 이용해 중간 거래가 있는 것처럼 세금 계산서를 허위로 발행했다. 자료상들은 중간 거래인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떼 주면 순수익이 적은 것처럼 보여 인건비 등을 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계산서 상 수익의 2~3%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을 수 있어 여러모로 남는 장사였다.

어쩌다 중간 자료상이 잡혀도 앞뒤로 거래 내역이 명확하고 불법이란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풀려나면 그만이었다. 돈의 흐름 상 맨 끝에 있는 업체는 매입 없이 수억 원의 매출만 올렸지만 몇 달만 운영하고 폐업해버리는 이른바 '폭탄업체'였다. 김 씨는 이 폭탄업체에서 현금을 인출해 챙겼다. 세금으로 내야 할 120억 원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자료상들의 관계를 추적해 흐름도를 만들었고, 여러 업체가 한 노트북으로 국세청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로그 기록을 찾아 이들이 서로 연계돼 있음을 확인했다.

남부지검 김관정 부장검사는 "자료상들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얻은 수익과 포탈한 부가가치세는 과세관청에 통보해 추징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용인=강은지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