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후반기부터 심판합의판정제도를 시행한다. TV 중계화면에 의존한 비디오 판독 도입이다. 이에 따라 비디오 판독을 놓고 구단마다 전담직원을 배치하는 진풍경도 연출될 전망이다. 5월 11일 마산 NC-롯데전에서 심판들이 판정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구단 전담직원, 리플레이 보고 감독에게 신호
애매한 판정시 30초이내 구단직원 도움 가능
홈런·외야타구 페어 등 5개 항목 합의판정
팀당 최대 2번·최초 실패시 추가 요청 안돼
한국프로야구가 후반기부터 ‘심판합의판정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스타전이 열린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감독자 회의를 통해 ‘합의판정’에 관한 시행 세칙 동의를 이끌어냈다. 앞으로 KBO가 주최하는 시범경기, 페넌트레이스, 올스타전, 포스트시즌 모두 ‘합의판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한국프로야구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 후반기 시행 ‘합의판정’은 무엇인가
‘합의판정’ 대상은 크게 5개 항목으로 정했다. ①홈런/파울에 대한 판정, ②외야타구의 페어/파울, ③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④ 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⑤몸에 맞는 공이다. 한 경기에서 팀당 최대 2차례 ‘합의판정’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심판의 최초 판정이 번복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추가 요청은 불가능하다. 판정이 번복될 경우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는 것이다. 단, 홈런/파울에 대한 판정은 기존 방식대로 요청 횟수 제한에서 제외된다.
‘합의판정’은 감독만 신청할 수 있으며, 감독 부재 시 감독대행이 해야 한다. 이닝 도중엔 심판 판정 후 30초 이내에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합의판정을 신청해야 한다. 만약 경기가 종료되는 아웃카운트와 이닝의 3번째 아웃카운트에 대해서는 판정 후 10초 이내에 필드로 나와 신청해야 한다. 시간제한이 없는 메이저리그와는 다소 다른 방식이지만, 9개 구단 감독들도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에 동의했다.
● 비디오 판독 구단전담 직원 역할 중요
메이저리그는 항의를 하러 나간 감독이 덕아웃의 시그널(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등)을 본 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 한국도 30초 이내라면 구단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규정상 덕아웃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전자장비를 들여갈 수 없다. 그러나 한국도 덕아웃만 아니라면 구단 직원이 덕아웃 뒤쪽이나 관중석 등에서 전자장비의 힘을 빌려 TV 리플레이 화면을 본 뒤 감독에게 시그널을 전해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후반기 시작부터 비디오 판독용 전담직원을 가동할 전망이다. 감독이 TV 리플레이 화면을 볼 수 없는 만큼, 덕아웃 바깥에서 야구중계를 보는 직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타임을 걸고 나간 감독에게 30초 이내에 ‘비디오 판독 요청 여부’를 결정해 전달해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독보다 더 부담이 커진 쪽은 구단이다. 감독은 비디오 판독 담당 직원의 시그널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데, 잘못된 판단이 승부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비디오 판독 요청 시 최초 판정 번복률이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