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세계사/데이비드 골드블라트 지음/서강목 외 옮김/1248쪽·4만8000원·실천문학
신생독립국에서 축구가 인기 스포츠인 것은 우연일까? 축구전문 탐사기자인 저자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짧게는 수십 년부터 길게는 수 세기에 걸쳐 착취와 굴종을 견뎌야 했던 식민지 국민에게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닌 국민국가 건설의 희망과 단결의식을 표출하는 수단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축구 한일전을 떠올려 보시기를.
방대한 두께가 말해주듯 이 책은 사실상 축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축구의 탄생과 정착 과정, 국제적 확산과 보급, 권력이나 자본과의 관계, 인종차별 문제에 이르기까지 안 다룬 내용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근대세계에 대한 어떤 역사도 축구에 대한 설명 없이는 완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저자가 ‘축구라는 렌즈로 다시 쓴 세계사’라고나 할까?
국내 독자에게는 아시아 나라의 고속 개발과 축구의 관계를 다룬 내용(19장)이 흥미로울 것 같다. 국내 프로리그 출범과 2002 월드컵 공동 유치에 얽힌 비화도 재미있게 읽힌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