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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도 年8% 고성장 시대 끝나… 한국은 기술투자 지속한다면 두각”

입력 | 2014-06-20 03:00:00

국제금융계 거물 알루왈리아 GGGI 이사 방한… 이일형 대외경제硏 원장과 대담




몬테크 싱 알루왈리아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이사(왼쪽)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덕수궁 인근 돌담길을 걸으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신흥국들이 매년 8%씩 성장하던 시대는 끝났다. 선진국도 예전 성장률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계속한다면 한국 경제는 분명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몬테크 싱 알루왈리아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이사는 18일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과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GGGI는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2010년 한국이 주도해 설립한 첫 국제기구다. 국제통화기금(IMF) 평가국장 등을 지낸 알루왈리아 이사는 국제 금융계에서 신흥국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2011년 IMF 총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GGGI 이사회 참석차 방한한 그는 서울 중구의 한 한식당에서 이 원장과 세계경제 전망과 한-인도 경제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일형 원장
=세계경제 회복세가 둔화되고 아시아 신흥국들은 내수가 여전히 약한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소비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이는 기업의 투자보다는 양적완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경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알루왈리아 이사=앞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자원의 제약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선진국은 연평균 2%, 신흥국은 8%씩 성장하던 시대가 가고 국가 간 성장률은 점차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본다.

▽이 원장
=많은 나라에서 가계소득이 늘지 않아 기업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소비를 떠받치던 양적완화가 끝나 가는데 소비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루왈리아 이사
=선진국에서는 경제가 성장해도 중산층 소득이 늘지 않는데 이는 제조업 약화로 중산층의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책 ‘21세기 자본론’이 인기를 끄는 ‘피케티 열풍’도 소득불평등 심화 현상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소득 재분배와 함께 소비지향 문화를 개선하는 등 경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선진국과는 다르다. 한국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 원장
=조세 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고 규제 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려 소비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선진국 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해도 내수는 부진한 상황이다.

▽알루왈리아 이사
=수출을 위해 환율을 조정하기보다는 임금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금이 올라가면 소비가 늘어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술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선진국이나 신흥국 모두 앞으로는 태양광과 같은 새로운 기술개발에서 성장동력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은 잠재력이 크다.

▽이 원장=한국은 인도와 경제협력 강화를 희망하고 있다. 양국 간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은….

▽알루왈리아 이사=인도의 새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인 투자의 걸림돌이었던 불투명한 법 규정 등에 대한 정비에 나선 만큼 한국 기업들이 인도 인프라 건설사업에 진출하면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몬테크 싱 알루왈리아 GGGI 이사(71) 〉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 및 법학 박사 △IMF 평가국장 △세계은행소득재분배본부장 △인도 국가기획위원회 부위원장

〈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56) 〉

△영국 워릭대 경제학 박사 △IMF 선임 이코노미스트 및 자문관 △IMF 중국 주재 수석대표 △주요 20개국(G20) 국제협력대사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